김디모데 기자 Timothy@businesspost.co.kr2020-08-10 14:5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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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통신장비회사 화웨이가 조만간 자체설계 모바일반도체 생산을 중단하게 되는데 퀄컴이 미국 정부 제재를 뚫고 화웨이에 반도체를 공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사업에서 화웨이, 시스템반도체사업에서 퀄컴과 경쟁한다. 화웨이에 모바일반도체를 공급하자니 적을 돕는 꼴이 되고 지켜보기만 하자니 퀄컴에 뒤처질 수 있는 상황에 놓여 있다.
▲ 강인엽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장 사장.
10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화웨이가 자체설계 모바일반도체 생산중단으로 위기에 빠져있는데 퀄컴이 스마트폰 반도체 공급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경쟁사인 삼성전자 움직임도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를 목표로 반도체 비전 2030을 추진하고 있다. 시스템반도체사업의 주축인 엑시노스 제품 판매를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화웨이 공급사로 진입은 매력적 기회다.
애초 삼성전자는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 따른 수혜기업으로 지목됐다. 자체 개발한 스마트폰용 반도체 엑시노스 제품을 보유하고 있어 미국의 제재 대상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쉬즈쥔 화웨이 순환회장은 3월 “미국 규제가 강화되더라도 삼성전자나 미디어텍에서 반도체를 공급받으면 된다”고 말해 삼성전자 반도체 채택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미 삼성전자는 화웨이 제품에 D램과 낸드 등 메모리반도체를 공급하고 있기도 하다. 화웨이는 2019년 기준 애플, 베스트바이 등과 함께 삼성전자의 5대 매출처에 포함됐다.
다만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사업에서 화웨이와 글로벌 1, 2위를 다투는 경쟁관계에 놓여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삼성전자가 화웨이에 엑시노스를 공급하지 않으면 화웨이 스마트폰 경쟁력이 떨어져 삼성전자 스마트폰사업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선뜻 화웨이의 ‘동앗줄’ 역할을 하기 어려운 이유다. 삼성전자는 이전에도 화웨이의 모바일칩 공급 요청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져 엑시노스의 화웨이 탑재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시선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상황은 달라지고 있다. 화웨이가 자체설계 모바일반도체를 조달하지 못하자 퀄컴이 화웨이에 반도체 공급을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웨이 스마트폰에 퀄컴 반도체가 탑재되면 삼성전자의 화웨이 견제는 의미를 잃게 된다. 퀄컴 스냅드래곤은 삼성전자 엑시노스를 웃도는 성능을 자랑한다. 화웨이의 프리미엄 스마트폰은 이전보다 강력해지고 삼성전자가 엑시노스 고객을 확보할 기회만 잃는 꼴이 될 수 있다.
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퀄컴은 화웨이에 스마트폰용 반도체를 판매할 수 있도록 미국 정부를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퀄컴은 화웨이가 칩을 생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수출길이 막히면 80억 달러 규모의 5G반도체시장 점유율을 경쟁사에 뺏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정부는 미국 기술을 활용한 반도체 제품을 화웨이에 팔지 못하도록 제재하고 있다. 화웨이가 설계한 반도체를 생산하는 일도 마찬가지로 제재대상이다. 이 때문에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업체 TSMC와 화웨이의 거래가 끊겼다.
최근 리차드 위 화웨이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에서 열린 행사에서 “새 스마트폰 메이트40을 끝으로 화웨이 기기에 기린칩을 넣을 수 없다”며 “미국 제재로 9월15일 이후 스마트폰칩을 생산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화웨이는 P40과 메이트40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 제품에 자체설계한 기린 반도체를 사용해왔다. 화웨이는 기린칩이 퀄컴, 삼성전자 등 경쟁기업들의 반도체 제품에 뒤지지 않는 성능을 지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기린칩을 생산할 수 없게 되면서 화웨이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 화웨이는 대만 반도체회사 미디어텍과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미디어텍의 제품 성능은 경쟁사들에 다소 뒤지는 것으로 파악된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에서 기린칩의 부재를 대체하기는 역부족이다.
퀄컴은 이러한 화웨이의 절박한 상황을 노려 화웨이 스마트폰에서 스냅드래곤 탑재를 확대하려는 것으로 여겨진다.
시장에서도 화웨이 다음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퀄컴 제품이 탑재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대만 디지타임스는 “퀄컴이 미국의 승인을 받는다면 화웨이가 칩을 구매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IT전문매체 폰아레나는 “내년 P50과 메이트50이 스냅드래곤 칩을 탑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