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항공업계는 코로나19 사태로 최악의 '보릿고개'를 넘고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코로나19 상황이 크게 진정되는 국면이 보이지 않자 기존 전망을 수정해 글로벌 항공 수요 회복시점을 2024년으로 늦춰 잡았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국적항공사 9곳의 국제선 여객 수는 32만8348명으로 지난해 2분기에 비해 97.8% 급감했다.
대한항공은 국제선 운항률 20%대를 보였는데 2분기 국제선 여객 수는 19만458명으로 1년 전보다 96.2% 감소했다. 아시아나항공도 2분기 국제선 여객 수가 12만574명으로 지난해보다 96.5% 줄었다.
저비용항공사(LCC) 중 유일하게 국제선 정기편을 운항한 제주항공 역시 2분기 국제선 여객 수가 1만3127명으로 1년 전보다 99.3% 급감했다.
<항공>
◆ 대한항공
항공사들은 매달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에 이르는 고정비를 충당하기 위해 화물 운송과 국내선 운항에 힘을 쏟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달부터 여객기 좌석에 짐을 실을 수 있도록 특별포장된 가방인 '카고시트백'을 장착해 화물을 운송하고 있다. 또 보잉 777-300ER 등 일부 여객기의 좌석을 뜯어내고 화물을 싣는 방안을 국토교통부와 협의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유상증자에서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조 원 규모 유상증자를 위해 7월9~10일 이틀간 진행된 주주 및 우리사주조합 대상의 청약에서 발행 예정인 신주(7936만5079주)의 97.4%에 이르는 매수주문이 들어왔다. 실권주 299억원의 일반공모에서도 4조 8천억 원가량의 자금이 몰렸다.
대한항공은 유동성 확보로 한시름을 놓았는데 자산관리공사(캠코)에 송현동 부지를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 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해 금호산업과 HDC현대산업개발이 계약해제 책임을 놓고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다.
금호산업은 "계약을 종결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제하겠다"며 HDC현대산업개발을 압박했고, HDC현대산업개발은 "금호 측은 계약해제에 대한 권한이 없다"고 맞서며 인수상황 점검 없이는 계약을 마무리할 수 없다고 재실사를 요구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7월30일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재실사 요구를 묵살한 채 29일 오전 계약해제 및 위약금 몰취를 예고하는 내용증명을 보냈다"고 공개하면서 선행조건 미충족 등으로 인수계약을 위반한 것은 금호산업이라고 반박했다.
이처럼 양측이 시각차를 드러내며 공방하는 것을 두고 항공업계에서는 계약 파기에 대비한 책임 떠넘기기로 보는 시선이 많다.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의 아시아나 재실사 요구에 금호산업과 채권단이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어 매각 무산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채권단은 3일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재실사 요구를 일축하고 인수가 무산될 경우 책임이 HDC현대산업개발측에 있다고 압박했다.
최대현 산업은행 기업금융부문 부행장은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12주 동안의 재실사를 서면으로 요청한 것은 인수 진정성은 없으면서 단지 거래 종결을 지연하고자 하는 의도가 아닌지 판단하고 있다"며 "수용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또 7월 러시아를 끝으로 해외 기업결합신고가 마무리돼 거래 종결을 위한 선행요건이 충족된 만큼 8월12일부터는 금호산업이 계약 해제권을 지닌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 이스타항공 제주항공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포기하면서 소송전이 예상된다. 이스타홀딩스와 제주항공은 각각 대형 법무법인과 법리검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타항공 노동자들이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자녀에게 지분을 편법증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7월29일 서울남부지검에 이 의원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다. 노조는 이 의원이 21대 총선에 출마하며 부인과 자녀가 소유한 재산을 의도적으로 누락한 혐의도 고발내용에 넣었다.
<물류>
코로나19로 택배업계의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단가 하락 등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택배의 박스당 평균단가는 2012년 2506원 수준에서 2013년 2475원, 2014년 2449원, 2015년 2392원 2016년 2318원, 2017년 2248원, 2018년 2229원으로 지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2019년 택배단가는 박스당 2269원으로 다소 올랐으나 택배제품의 다품종 소형화에 따라 단가 하락세는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CJ대한통운을 비롯한 한진택배, 롯데글로벌로지스, 로젠택배 등 주요 택배회사들은 택배 노동자들의 휴식을 위해 8월14일을 '택배없는 날'로 결정했다.
◆ CJ대한통운
7월4일 CJ대한통운 김해터미널 진례대리점에서 노동자가 과로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CJ대한통운은 5월에 이어 다시 택배 노동자가 숨지는 사건이 발생해 안전관리 소홀 등 논란이 예상된다.
CJ대한통운은 택배물량 급증으로 택배기사의 과로를 예방하기 위해 ‘물량축소 요청제’를 업계 최초로 명문화하기로 했다. 이전에도 택배기사들이 관행적으로 집배점과 구두협의를 통해 배송물량 및 시간을 조정해왔지만 이를 표준계약서에 명시함으로써 더 적극적으로 택배기사들의 권익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 한진
한진은 최근 2분기 잠정실적을 공개했는데 비대면소비 확산에 따른 택배물량 증가로 실적이 대폭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한진은 2020년 2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5271억 원, 영업이익 273억 원을 냈다. 2019년 2분기보다 매출은 4.1%, 영업이익은 24.7% 증가했다.
증권업계에서는 한진이 2020년 2분기 좋은 실적을 낸 것을 두고 택배와 하역부문의 실적이 예상보다 좋았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3분기에도 양호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구체적으로 3분기에는 매출 5803억 원, 영업이익 281억 원을 거둘 것으로 예상됐다.
한진은 2023년 시장 점유율 20%를 목표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 HMM
HMM은 최근 출항한 초대형선박이 4호선까지 만선행진을 보여 흑자전환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미국 중국 무역분쟁의 추이에 따라 해운 물동량이 달라질 수 있어 컨테이너운임지수가 변동할 수 있다.
하지만 해운업계에서는 고정적 물류 수요가 있어 벌크선에 비해 컨테이너운임지수의 변동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HMM이 올해를 기점으로 턴어라운드 초석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특히 세계 3대 해운동맹인 디얼라이언스 가입과 초대형 컨테이너 운영으로 2분기 흑자전환이 기대된다.
HMM은 2016년부터 채권단의 출자전환과 무상감자, 5차례에 걸친 3조4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 3조6천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해왔다.
이에 따라 부채비율이 2015년 2000%을 넘었으나 2020년 4월기준으로 352%까지 떨어졌고 자본잠식도 해소됐다.
2020년 1분기 매출 1조3천억 원, 영업손실 20억 원으로 20분기 연속 적자를 냈지만 손실폭은 2019년 같은 기간보다 98% 개선됐다.
◆ 대한해운
대한해운은 최근 LNG사업부문의 물적분할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대한해운LNG를 출범했다. 대한해운LNG는 국내 최초로 탄생한 LNG 벙커링 전문회사다.
신설법인의 지분은 대한해운이 100% 보유하고 있어 물적 분할 후 대한해운의 연결재무제표에 미치는 영향이나 최대주주 소유주식, 지분율 등의 변동은 없다.
◆ 팬오션
팬오션은 탄력적으로 선박을 운영하며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돌파구를 찾아나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최대 벌크선사인 팬오션은 안중호 대표 취임 이후 용선을 늘리고 비정기적 단기 운송계약(스팟 영업)을 강화하는 등 위기관리 전략을 펼치고 있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팬오션은 운임이 높은 단기운송계약을 늘리는 전략을 펼치고 있는데 올해 석탄, 철광석, 곡물 등 원자재를 옮기는 벌크선 부문에서 단기운송 운용선대를 15척 늘렸다.
안중호 대표의 스팟 운용 강화전략은 저유가로 운항원가가 줄어들고 건화물운임지수가 상승하면서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건화물운임지수가 큰 변동폭을 보이고 있는 점은 향후 팬오션 실적의 변수로 남아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병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