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이 2분기 창립 뒤 최악의 실적을 내 대표 취임 2개월 만에 재무 전문가로서 구원투수 역할을 더욱 무겁게 짊어졌다.
▲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이사.
6일 제주항공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제주항공이 올해 상반기 역대 최악의 부진한 실적을 낸 상황에서 김 대표는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실마리를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김 대표가 취임할 무렵에도 코로나19의 장기화가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에 제주항공의 실적 부진이 예상됐지만 5일 발표된 제주항공의 실적은 시장의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다.
증권업계에서는 제주항공이 2020년 2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700억 원가량을 거뒀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적이 공개된 결과 그 절반 수준인 360억 원에 그쳤다.
영업손실도 847억 원을 내며 창립 이래 최악이었다.
김 대표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아시아나항공에서 재무부서에서 잔뼈가 굵은 재무 전문가로 꼽힌다. 아시아나항공의 최고재무책임자(CFO)격인 경영관리본부장까지 지내 재무관리 역량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에서는 등기이사를 지내 저비용항공사의 특성도 잘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항공업계에서는 인사시즌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애경그룹이 김 대표를 발탁한 것은 재무적 전문성을 높이 평가해 일종의 구원투수로서 역할을 맡긴 것이라고 바라보고 있다.
제주항공은 1548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며 자구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저비용항공사인 티웨이항공도 유상증자에 실패한 상황이라 성공을 장담하기 힘들다.
항공업계에서는 제주항공이 유상증자에 성공한다면 연말까지 버틸 체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바라보고 있지만 신주 물량의 20%를 우선 배정 받는 우리사주 조합과 일반투자자들의 참여율이 저조할 수 있다는 점은 변수다.
모기업인 애경그룹의 사정도 좋지 않아 제주항공을 추가적으로 지원하는 데 부담을 안고 있다.
2020년 1분기 연결기준으로 애경그룹의 지주회사인 AK홀딩스의 당좌비율은 60.4%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총차입금 의존도도 43.1%를 보이며 2019년 말보다 5%포인트 가까이 높아졌다.
일반적으로 당좌비율이 100% 미만이 되기 시작하면 1년 내에 갚아야 할 빚이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보다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해 재무 안정성에 우려가 되는 수준으로 평가한다.
김 대표는 정무적 감각을 발휘해 정부의 지원도 끌어내야 한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포기하면서 인수성사를 위해 중재에 나섰던 정부와 관계가 껄끄러워졌을 것이라고 항공업계는 바라본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김 대표는 허가산업인 항공업의 특성을 고려해 유관기관과 관계(Institutional Relationship)를 돈독히 하는 정무적 역할에 충실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7월23일 사내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국제선이 실질적으로 마비된 상황에서 각 항공사들이 국내선에서 치열한 경쟁을 지속하고 있다”며 “앞으로 정부의 금융지원 확보와 유상증자, 비용절감 등 자구노력으로 소중한 일터를 지켜나가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