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공사가 제1터미널의 면세점 운영사업자에 유리한 쪽으로 임대조건을 크게 바꿀 수도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기존 사업자들을 붙잡기 위해 임대조건을 완화했음에도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여러 면세사업자들이 영업종료를 결정하자 면세점 입찰 흥행을 위해 결단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5일 공기업계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이르면 이번주에 다음 제1터미널 면세사업자를 찾는 재입찰 공고를 올린다.
재입찰 대상이 된 제1터미널 면세구역은 2월 말 진행한 입찰에서 유찰된 2곳과 코로나19 사태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기업이 사업권을 포기한 4곳 등 모두 6곳이다.
면세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재입찰에서 인천국제공항공사가 그동안 고수해왔던 고정임대료 납부방식 대신 매출과 연동한 ‘매출연동제’로 임대조건을 바꿀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매출연동제는 2017년 사드 제재 이후 공항 이용객이 급감하자 국토교통부가 공항에 입점한 면세사업자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국토교통부는 당시 이 제도를 도입하며 예측하지 못한 충격으로 발생한 매출 급감 등에 대비할 수 있도록 고정임대료 대신 매출실적 또는 여객 증감률에 연동되는 임대료를 산정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현재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이끌고 있는
구본환 사장이 당시 국토교통부 항공정책관으로 근무하며 이 정책을 입안했다는 점에서 매출연동제 도입 가능성이 점쳐진다.
매출연동제 도입으로 2018년 이후 한국공항공사가 운영하는 김포국제공항에 입점한 신라면세점은 월 단위로 매출 증감 추이를 반영한 임대료를 납부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매출이 거의 없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공항공사에 납부해야하는 임대료도 사실상 없는 셈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그동안 고정임대료를 고수해왔다. 2월 내걸었던 제1터미널 입찰 공고에서도 여객 변동에 따른 임대료 조정 조건은 추가됐지만 고정임대료 방식은 유지됐다.
하지만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최근 코로나19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기존 사업자인 롯데와 신라면세점을 붙들기 위해 그동안 고수해왔던 고정임대료 방식 대신 매출연동제를 내걸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완화된 조건에 롯데와 신라는 내년 2월까지 영업을 이어가기로 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현재 영업을 하고 있는 3기 제1터미널 면세사업자들은 모두 8월 말 영업이 종료된다.
하지만 SM면세점과 시티면세점은 이러한 조건 완화에도 8월 말로 영업을 종료하기로 결정해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면세점에 공실이 발생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눈앞에 두고 있다. 면적기준으로 제1터미널의 10.9%가 9월부터 비게 된다.
이번 재입찰을 통해 내년 2월부터 영업할 면세사업자를 찾지 못하면 제1터미널 면세점 공실률은 이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
인천국제공항고사는 2002년 문을 연 이후 처음 맞는 면세점 공실사태를 두고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7월 말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면세점 입찰을 두고 ”많은 업체들이 참여해서 흥행이 되면 인천국제공항공사도 좋은 일"이라며 "많은 업체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업체와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위험분담(리스크 쉐어링)을 해야하는 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고 말해 면세점업체의 부담을 줄여주는 쪽으로 임대조건을 변경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면세업계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매출이 급감해 인천국제공항공사가 큰 폭으로 완화된 임대조건을 내걸지 않으면 인천국제공항공사에 큰 비용을 지불하면서 입점할 필요는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면세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은 실적에 크게 도움이 된다기보다 다른 나라 공항면세점에 입점하기 위한 조건 등을 갖추기 위해 입점하는 이유가 더 크다”며 “조건을 완화하지 않으면 코로나19라는 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들어갈 이유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제1터미널 재입찰 공고에서 조건을 대폭 완화한다면 재입찰에 많은 사업자들이 뛰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면세업계는 코로나19 사태로 매출이 반토막났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하기 전인 1월 국내 면세점업계의 매출은 2조247억 원이었지만 2월에는 1조1천억 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3월 매출은 1조800억 원 수준으로 전달보다 감소했으며 4월에는 매출 9867억 원을 거두며 1조 원 미만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5월과 6월에는 매출이 회복세를 보이며 다시 1조 원 이상으로 오르기는 했지만 여전히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그친다.
인천국제공항공사 관계자는 “입찰 공고일정과 세부조건은 아직 밝히기 어렵다”며 “9월 일부 면세사업자들이 철수해도 코로나19로 공항 이용객이 크게 줄어든 만큼 면세점 이용에는 큰 불편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