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코로나19로 경영 정상화 시점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노조에 정규직 전환을 약속하기도 쉽지 않다.
4일 금호타이어에 따르면 5일까지 이어지는 여름휴가가 끝난 뒤 비정규직 노조와 채권압류 문제를 논의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금호타이어는 법원이 비정규직 노조가 낸 채권압류를 인용하면서 법인계좌가 묶여 정상적 자금 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협력업체에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고 직원들에게 여름 휴가비조차 주지 못했다.
앞서 금호타이어 비정규직 노조는 1심에서 이긴 뒤 정규직과의 임금차액 지급을 요구하며 회사를 대상으로 채권압류 소송을 냈다.
전 사장으로서는 지분 45%를 쥔 최대주주 중국 더블스타의 지원도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워 현재로서는 비정규직 노조를 설득해 채권압류 해제를 끌어내는 것 외에는 주어진 선택지가 없다.
금호타이어가 비정규직 노조에 변제해야 하는 금액은 모두 204억 원이다. 하지만 2019년에 영업이익 573억 원을 낸 금호타이어가 이를 한 번에 물기에는 부담이 크다.
전 사장은 우선 비정규직 노조에 일부 금액을 지급하는 대신 경영상황이 나아질 때까지 나머지는 미뤄달라고 설득할 가능성이 높은데 노조가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비정규직 노조는 채권압류 해제의 최우선 조건으로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금호타이어와 비정규직 노조는 2020년 1월 광주지방법원이 ‘근로자 지위 확인소송’ 1심 판결을 내린 뒤 특별협의체를 꾸리고 임금 차액과 제반사항 관련 논의를 진행해 왔으나 비정규직노조는 회사가 직접고용(정규직화)방안을 내놓아야 한다며 압박수단으로 7월 법원에 채권압류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진다.
박병준 전국금속노동조합 금호타이어 비정규직 지회장은 3일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회사가 정규직화 방안을 내놓은 뒤에야 협의를 통해 제반사항을 정리해 볼 수 있다”며 “10일까지 충분한 안이 나온다면 압류를 취하해 원만하게 합의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노조를 설득할 수 있는 방안은 정규직 전환 약속 뿐인데 금호타이어의 경영이 언제 정상화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전 사장이 정규직 전환 카드를 꺼내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
금호타이어는 코로나19로 현재 일반직 직원을 대상으로 유급휴직을 받고 있고 전 사장을 비롯한 임원들이 급여를 삭감하는 등 허리띠를 죄고 있는 상황이다.
채권압류 소송에 참여한 414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하는 데 따른 비용부담이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금호타이어는 2019년 2분기에 구조조정과 인력전환 배치 등에 따른 효율적 공장 운영으로 10분기 만에 간신히 영업수지가 흑자로 돌아섰는데 올해 1분기 코로나19라는 악재를 만나면서 4분기 만에 다시 적자전환했다. 금호타이어는 올해 1분기에 영업손실 184억 원을 냈다.
더욱이 금호타이어는 2분기에 적자폭이 확대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코로나19로 세계 완성차기업들이 공장 가동을 중단한 데 영향을 받아 국내는 물론 미국 공장에서도 생산에 차질을 빚었기 때문이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정규직 전환 논의는 경영 정상화가 이뤄진 다음에야 가능한 얘기”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