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의 환매중단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다만 옵티머스펀드 투자자에게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한 선지급 방안이 확정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정 사장이 사태를 조기에 수습하기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 사장은 6일 옵티머스펀드 피해 투자자모임인 ‘비상대책위원회’ 임원들과 만난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이번 만남은 정 사장이 옵티머스펀드 투자자들의 요청에 응하면서 이뤄졌다”며 “옵티머스펀드 환매중단 사태와 유동성 공급 등과 관련된 현황 및 진행상황을 공유하고 투자자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 대표가 투자자들을 직접 만나는 것은 이례적 일로 여겨진다.
정 사장이 직접 전면에 나서 옵티머스펀드 환매중단 논란을 수습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앞서 정 사장은 7월2일 SK바이오팜 상장 기념식에서 옵티머스펀드 사태와 관련해 “판매사가 겪어야 할 고통을 피할 생각은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정 사장이 이번 만남에서 선지급 비율을 놓고 투자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비율과 관련해 NH투자증권과 투자자들의 의견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50%의 비율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반면 옵티머스펀드 투자자들은 최소 70% 이상의 선지급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옵티머스펀드의 또 다른 판매사인 한국투자증권이 7일 투자금액의 70% 선지급 방안을 확정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 사장으로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정 사장은 옵티머스펀드 피해 투자자들에게 유동성을 공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는 7월27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투자자에게 우선 유동성을 공급해 피해를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NH투자증권의 선지급 방안이 확정되기까지 적지 않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7월23일 열린 NH투자증권 이사회에서 옵티머스펀드 투자자의 유동성 공급을 위한 선지급 안건이 논의됐지만 최종 결정은 보류됐다. 일부 사외이사가 선지급방안의 법리적 책임 등을 놓고 우려의 뜻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정 사장은 7월27일 국회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 "사외이사들 가운데 일부가 ‘유동성을 공급하고 난 다음 법리적 책임이 없을 때 사후에 못 받으면 어떻게 하느냐’는 의견을 보였다"며 "장기적 내용을 검토하기로 해 선지급안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은 추후 임시 이사회를 열어 선지급안건을 다시 논의하기로 했지만 이사회 개최일은 여전히 미정이다. 이사회가 다시 열리더라도 선지급 안건이 통과될지 여부도 확신할 수 없다.
또 NH투자증권은 금융감독원에 옵티머스펀드 투자자에게 투자금의 50%를 선지급하더라도 자본시장법과 금융투자업감독규정 위반으로 제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약 증서인 비조치의견서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본시장법과 금융투자업감독규정에는 펀드 판매사의 펀드 손실에 따른 금전적 보상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우려를 미리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파악된다. 이를 검토하고 증서를 받는 과정에서도 시간이 걸릴 수 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이사회가 언제 열릴지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며 “비조치의견서 요청과 관련해서는 사실을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4327억 원 규모의 옵티머스펀드를 판매한 최대 판매사다. 이는 옵티머스펀드 전체 판매액인 5151억 원의 약 84%에 해당하는 규모다.
NH투자증권은 올해 2분기에 옵티머스펀드 판매와 관련된 충당금으로 800억 원 정도를 쌓았다. [비즈니스포스트 은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