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B금융지주가 상반기에 하이투자증권과 DGB생명 등 비은행계열사 선전에 힘입어 경쟁사인 JB금융지주 순이익을 턱밑까지 따라잡았다.
김태오 DGB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 겸 DGB대구은행장은 코로나19 경제위기로 은행권 실적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상황을 역전의 기회로 삼고 있다.
▲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 겸 DGB대구은행장. |
4일 증권가 분석을 종합하면 DGB금융지주는 올해 비은행계열사를 중심으로 탄탄한 이익기반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은갑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DGB금융지주는 올해 상반기 비은행계열사 순이익 비중을 39%까지 늘리며 안정화된 이익구조를 갖춰나가고 있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DGB금융지주는 상반기 지배주주 순이익 1851억 원을 냈다. 대구은행 순이익이 지난해 상반기보다 22% 줄어들며 전체 실적에 타격을 입혔지만 전체 순이익은 약 8% 감소하는 데 그쳤다.
하이투자증권 순이익이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57%, DGB생명은 48%, DGB캐피탈은 22% 늘어나는 등 비은행계열사가 전반적으로 가파른 이익 증가세를 보이며 코로나19 사태 타격을 만회했다.
지방금융지주 라이벌로 꼽히는 JB금융지주 상반기 지배주주 순이익은 1882억 원으로 집계됐다.
JB금융지주 연간 순이익은 지난해 처음으로 DGB금융지주를 뛰어넘은 뒤 올해 1분기까지만 해도 꽤 큰 격차를 유지했는데 단기간에 간발의 차까지 추격을 허용한 셈이다.
김태오 회장은 코로나19 사태가 불러온 경제위기를 DGB금융지주의 역전 기회로 삼기 위해 비은행계열사 육성에 더욱 고삐를 당길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경기 침체와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로 은행계열사가 장기간 실적 부진을 피하기 어려워진 상황인 만큼 JB금융지주가 상대적으로 더 어려움을 겪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JB금융지주 상반기 순이익에서 광주은행과 전북은행 등 은행계열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70%에 이르는데 두 은행계열사 합산 순이익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약 11% 줄었다.
JB금융그룹은 JB우리캐피탈을 제외하면 실적에 의미 있는 수준으로 기여하는 증권사나 보험사 등 비은행계열사가 사실상 없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
반면 DGB금융지주는 하이투자증권과 DGB생명, DGB캐피탈 등 비은행계열사가 실적 방어를 책임지고 있어 코로나19 이후 시대에 훨씬 유리한 사업체질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회장이 2018년 회장에 취임한 뒤 추진해 온 사업 다각화 노력이 결실로 나타난 셈이다.
DGB금융 관계자는 "비은행계열사 강화로 경기침체 등 어려운 환경에도 안정적 이익을 달성했다"며 "앞으로 비은행계열사 이익 비중이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DGB금융지주 상반기 순이익 방어에는 증권계열사 하이투자증권에서 발생한 증권거래 수수료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투자금융부문 성장이 가장 크게 기여했다.
최근 국내외 증시 호조로 개인 주식투자자가 늘어나면서 하이투자증권이 거래량 증가에 수혜를 봤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수요가 증가한 점도 영업환경 개선으로 이어졌다.
김 회장이 DGB금융지주 회장에 오르자마자 하이투자증권 인수를 위해 적극적으로 힘쓰는 등 비은행계열사 육성을 목표로 두고 추진해 온 결과다.
DGB금융지주는 2017년부터 하이투자증권 인수작업을 진행해 왔는데 박인규 전 DGB금융지주 회장 검찰수사 등으로 금융당국 심사가 중단되면서 논의가 좌초될 위기에 놓여 있었다.
김 회장은 이듬해 취임하자마자 하이투자증권 인수 재개를 위해 직접 금융당국 관계자를 만나 설득하는 등 강한 의지를 보이며 결국 인수합병을 성사시켰다.
대규모 투자로 DGB금융지주에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시각도 나왔지만 코로나19 사태로 하이투자증권이 DGB금융지주 성장을 이끄는 중요한 축으로 자리잡게 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김 회장이 하나금융지주 부사장과 하나생명 대표이사를 지내며 비은행계열사 부문에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는 점도 DGB금융 수익원 다각화 노력에 힘이 실리고 있는 배경으로 꼽힌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이어진다면 DGB금융지주가 은행계열사에 의존이 높은 JB금융지주 등 경쟁사보다 경제위기를 효과적으로 방어하고 성장을 추진할 수 있는 기회를 일찍 맞게 될 공산이 크다.
다만 코로나19 경제위기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여전히 DGB금융지주에서 비중이 높은 대구은행 실적 정상화를 이끌어내는 일이 김 회장에 중요한 과제로 남아있다.
김 회장은 대구은행장을 올해 말까지만 겸직한 뒤 새 은행장을 선발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만큼 당분간 대구은행 실적 반등을 이끌 적임자를 찾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