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재실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HDC현대산업개발에게 계약 파기의 명분을 주게 된다. 재실사를 거절하면 계약이 파기될 가능성이 높은데 재실사를 제안한 쪽이 HDC현대산업개발인 만큼 이를 거절한 쪽이 책임을 지는 모양새가 된다.
재실사 요구를 받아들인다 해도 문제다.
12주가량의 재실사를 받아들이면 계약 성사 여부가 11월 말까지 불투명하다. 그 때까지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불확실성 속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특히 코로나19로 시작된 국내 항공산업 재편의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은 매물로 나오기 전부터 재무구조가 크게 악화돼 있어 수혈이 시급하다.
최악의 경우 채권단이 HDC현대산업개발에 끌려다니고도 계약이 무산되는 수모를 겪을 수도 있다. 재실사 이후 HDC현대산업개발이 여러 구실을 들어 계약 파기를 선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계약 파기까지 가지 않더라도 정부에게 대규모 자금지원을 요구하는 등 인수조건을 지금보다도 훨씬 더 유리하게 바꾸려 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채권단이나 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 모두 12주의 재실사를 받아들인다 해도 유리할 게 하나도 없는 상황”이라며 “반면 HDC현대산업개발은 재실사 이후 인수 여부를 다시 결정할 수 있어 딱히 손해보는 게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채권단 내부에서는 HDC현대산업개발의 재실사 요구를 놓고 진정성이 없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HDC현대산업개발에서 요청한 사항을 인수합병(M&A) 절차에서 수용 가능한지 여부를 놓고 검토하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