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안나 기자 annapark@businesspost.co.kr2020-07-27 11:4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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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투자증권이 코로나19 어려움 속에서도 올해 2분기에 순이익이 대폭 늘었다.
하지만 정영채 대표는 마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게 됐다. NH투자증권은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투자자들에게 피해금액을 선지급하면 대규모 충담금을 쌓아야 하는데 하반기에도 이에 따른 실적 악화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
27일 NH투자증권 기업설명회(IR) 자료에 따르면 하반기에 상장하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와이즈버즈, 와이팜 등의 기업공개 대표주관을 맡고 있다.
또한 NH투자증권은 한온시스템, 세아제강, 신한금융투자 등 회사채 발행 관련 딜과 부산 엘시티 담보대출, 남양주 부동산개발사업 관련 금융주선 등을 하반기에 완료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에 따라 NH투자증권은 2분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투자금융부문에서 호실적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NH투자증권은 2분기 연결기준으로 영업이익 2962억 원, 순이익 2305억 원을 냈다. 2019년 2분기와 비교해 영업이익은 94.2%, 순이익은 114.3% 늘었다.
개인투자자들의 활발한 증시 참여로 증시 거래대금이 급증한 데 따라 위탁매매수수료 등 증권사의 소매금융부문 실적이 큰 폭으로 늘어난 덕분이다. 소매금융부문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영향으로 부진했던 투자금융부문에서도 대어급 기업공개와 대규모 해외투자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성과를 냈다.
NH투자증권은 상반기에 아부다비 국영석유공사(ADNOC)의 천연가스 개발 프로젝트에 투자자로 참여하고 대표주관사로서 SK바이오팜 상장 흥행을 이끌었다.
정 사장은 ‘투자금융(IB) 대부’라는 별칭을 얻었을 정도로 투자금융 전문가로 꼽히는데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명성에 걸맞는 성과를 보여준 셈이다.
하지만 NH투자증권이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와 관련해 대규모 충당금을 피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인 만큼 정 사장으로서는 이를 만회할 만한 더 큰 성과를 내야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증권업계에서는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와 관련한 충당금 영향으로 NH투자증권의 올해 순이익이 줄어들 것이라고 바라본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7일 NH투자증권 목표주가를 하향조정하며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판매 관련 충당금을 반영해 NH투자증권의 올해 순이익 추정치를 낮췄다”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은 2분기에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판매 관련 충당금으로 800억 원가량을 기타손익으로 인식했다. 3분기와 4분기에도 비슷한 금액을 적립할 것으로 전망된다.
NH투자증권이 2분기에 깜짝실적을 내며 충당금 인식에 따른 실적 타격을 줄일 수 있었지만 증시 거래대금 급증에 따른 수익이 하반기까지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의 설정원본은 21일 기준 5151억 원으로 NH투자증권은 4327억 원가량을 판매했다. 약 84%에 해당하는 규모다.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287억 원가량을 판매한 한국투자증권이 투자금의 70%를 선지급하는 방안을 내놓은 데 따라 정 사장으로서는 NH투자증권도 비슷한 수준의 선지급 비율을 내놔야하는 압박을 받을 수 있다.
선지급 비율이 50%만 돼도 NH투자증권이 부담해야하는 금액은 2천억 원을 훌쩍 넘는다. 이는 NH투자증권은 반기 순이익과 맞먹는 수준이다.
NH투자증권은 2020년 상반기 연결기준으로 영업이익 3500억 원, 순이익 2616억 원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영업이익은 10.1%, 순이익은 6.3% 줄었다.
2019년 상반기에는 순이익 2792억 원, 하반기에는 순이익 1971억 원을 냈다.
NH투자증권은 코로나19 영향으로 1분기 실적이 부진했던 탓에 상반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지난해 상반기보다 줄었는데 하반기에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관련 대규모 충당금까지 반영하게 되면 실적에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