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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 |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이 TV홈쇼핑 비리를 뿌리 뽑기 위해서 홈쇼핑채널을 늘리는 것을 대안으로 내놓았다. 하지만 정작 사업허가권을 쥔 미래창조과학부는 채널확대에 부정적 태도를 보여 실현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노대래 공정위장은 12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최근 불거진 TV홈쇼핑 비리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노 위원장은 "공급채널과 프라임타임은 한정돼있기 때문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홈쇼핑 채널을 늘려야 한다는 생각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현재 6개 TV홈쇼핑 회사가 정부의 허가를 받고 사업중이다. 텔레비전을 통해 소비자를 안방에서 직접 만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홈쇼핑시장은 지난 20여 년간 급성장했다. 홈쇼핑에 물건을 팔고싶어 하는 납품기업은 많은 반면 채널은 6개다 보니 홈쇼핑회사들은 우월적 지위에 서 있다. 노 위원장은 이런 불균형 관계 때문에 홈쇼핑 비리가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
비리 연루자만 처벌하고 TV홈쇼핑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문제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고 노 위원장은 말했다. 따라서 노 위원장은 "다른 부처의 제도개선이 중요하다"며 "다른 부처에 이런 측면을 신경 써 달라 부탁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부처는 홈쇼핑 채널 허가를 내주는 미래창조과학부다. 그러나 미래창조과학부는 채널확대에 시큰둥하다. 오용수 미래창조과학부 방송산업정책과장은 지난 2월 한 토론회에서 "신규 홈쇼핑 채널 인허가는 검토대상이 아니다"라며 "유료방송산업은 좋은 콘텐츠를 생산해 수신료로 성장해야 하는데 홈쇼핑만 범람하고 과당경쟁이 되는 것은 정상적 구조가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미래창조과학부는 홈쇼핑 비리의 해결책으로 채널을 신설하는 대신 홈쇼핑 재승인 심사 때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에 적발된 롯데홈쇼핑을 두고 하는 말인데 롯데홈쇼핑의 재승인은 2015년이다. 업계 관계자는 "5년마다 한 번씩 하는 승인심사가 얼마나 효과가 있겠느냐"며 "부정행위가 드러나면 일정기간 방송정지를 한다든지 즉각적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홈쇼핑 비리에 미온적 태도를 보인다는 점에서 이전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 인허가를 담당했을 때와 달라진 것이 없다. 2012년 TV홈쇼핑 4개 회사 간부 27명이 납품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은 혐의로 줄줄이 기소됐는 데도 방송통신위원회는 제재하지 않았다. 문제가 된 인사들만 처벌했을 뿐 홈쇼핑방송은 아무 일 없는 듯 계속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0년 방송통신위원회에 중소기업 전용 홈쇼핑 채널을 요구해 '홈앤쇼핑'이 개국했다. 하지만 공정위 요구와 우연히 시기가 맞아떨어진 것일 뿐 공정위 때문에 채널을 신설한 것은 아니었다. 이전부터 중소기업중앙회가 지속적으로 중소기업용 홈쇼핑 채널을 요구했고 이명박 대통령이 이를 대선 후보 공약으로 반영해 추진된 일이었다.
홈쇼핑 채널을 늘리자는 노대래 공정위장과 뜻을 함께하는 사람은 한정화 중소기업청장이다. 한 중기청장은 지난 3월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중소기업 제품을 전용으로 판매하는 홈쇼핑 개설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홈쇼핑 채널 인허가 열쇠를 쥐고 있는 곳은 미래창조과학부다.
노대래 공정위장은 TV홈쇼핑 비리에 대해 평소 강한 목소리를 냈다.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납품업체들이 롯데쇼핑 대표에게) 금품을 괜히 줬겠느냐"면서 "납품업체와 홈쇼핑 간 지위의 격차를 이용하는 등 거래구조에 원인이 있다"고 말했다.
노 위원장은 지난해 홈쇼핑 회사를 대상으로 온라인 쇼핑몰 운영실태를 현장조사하기도 했다. 홈쇼핑사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이 가격비교 사이트에 싼 가격을 기재해 소비자를 유인한 뒤 실제 구매 단계에서 각종 옵션을 붙여 추가비용을 부담하게 하는지에 대한 조사였다. 이를 바탕으로 공정위는 '가격비교 사이트 자율준수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