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서울 가용부지를 모으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1일 정부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태릉골프장을 택지로 개발하는 논의가 이미 시작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주례회동에서 정세균 국무총리를 만나 직접 태릉골프장 활용방안을 꺼낸 만큼 관련 논의는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태릉골프장 부지는 국방부 단일소유 부지라 협상에 큰 어려움이 없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15일 정경두 국방부 장관을 만났는 데 이 자리에서 태릉골프장 개발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린벨트로 지정된 지역이기는 하지만 녹지가 아니라 정부가 사용하고 있는 ‘그레이벨트’라는 점에서 서울시도 태릉골프장의 택지 개발에 긍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다만 태릉골프장 부지의 면적이 83만㎡(제곱미터)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태릉골프장 바로 옆에 위치한 육군사관학교 부지까지 포함해 149만7천㎡를 확보해야 2만 호 정도의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규모 아파트단지를 만들 수 있기는 하지만 지역이 강북 '외곽'이라 서울지역의 집값 상승을 잡기는 쉽지 않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은 바라보기도 한다.
이에 따라 홍 부총리는 강남지역과 서울 도심의 유휴부지, 국공유지 등을 최대한 택지로 확보하려 할 것으로 바라본다. 이들 부지는 그린벨트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확보가 용이하다.
구체적으로 국공립 부지 가운데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서울무역전시장(SETEC) 부지 4만㎡, 서울 도시주택공사 사옥 부지 4만3745㎡ 등이 택지개발 후보지로 꼽힌다.
서울무역전시장 부지는 택지개발이 예정된 동부도로사업소 부지와 연계하면 7천 호 정도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밖에 잠실 유수지 11만㎡, 탄천 유수지 7만4천㎡, 구로차량기지 부지 25만㎡, 효창공원앞역 8000㎡ 등도 유력한 택지 후보지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주택공급 확대와 관련해 재개발, 재건축 규제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홍 부총리가 선뜻 선택하기 어려운 방법이다.
사업 추진을 위한 협의 과정에 시간이 걸리는 데다 개발기간 중 일시적으로 시장 내 주택공급을 악화시키고 개발지 주변 부동산 시세 상승을 유발하는 등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정부가 재개발, 재건축에 참여하는 공공재개발, 공공재건축 추진도 유력한 방안으로 거론되지만 국공유지, 유휴지 활용 등보다는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재건축, 재개발 등에 참여하면 조합으로서는 수익성 악화를 피하기 어려운 만큼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공유지와 유휴지 활용만으로는 공급규모 확대에 한계가 명확한 만큼 공공재개발 등은 다른 공급 확대대책과 함께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기획재정부는 20일 홍 부총리가 주재한 관계장관회의 결과를 놓고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논의했다”며 “최대한 조속한 시일 내에 공급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