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손해보험사의 전속설계사 수가 생명보험사의 전속설계사 수를 넘어서는 데에는 메리츠화재의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 기준 손해보험사에 소속된 전속설계사는 9만5016명으로 1년 전보다 1만2928명 늘었다.
반면 생명보험사의 전속설계사는 지난해 3월보다 1613명 줄어든 9만2361명으로 집계됐다.
메리츠화재의 전속설계사는 2만6286명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8233명 늘었다.
중소형 손해보험사인 메리츠화재가 손해보험사 가운데 가장 많은 전속설계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국내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업계를 통틀어 가장 규모가 큰 삼성생명보다도 많은 전속설계사를 보유한 것이다.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의 업계 1위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전속설계사는 각각 2만4614명, 2만803명이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중간관리자를 없애고 설계사로 입사해 임원까지 승진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설계사들을 위한 제도 개편을 진행했다”며 “전속설계사들의 처우를 개선함과 동시에 현장의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속적 업무시스템 개선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용범 부회장은 지난해 전속설계사를 비롯해 법인보험대리점(GA), 텔레마케팅(TM) 등 각 채널 영업조직을 확대하며 장기인보험시장에서 삼성화재와 경쟁을 벌였다.
이에 메리츠화재와 삼성화재의 2019년 장기인보험 신계약 매출격차가 42억여 원으로 줄어드는 등 삼성화재와 어깨를 견줄 만큼 성장했다. 지난해 2분기에는 삼성화재가 보유한 전속설계사 수를 넘어섰다.
김 부회장은 올해 들어 내실강화로 경영전략을 선회하며 TM조직을 줄이고 법인대리점을 통한 공격적 영업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전속설계사 조직은 확대를 이어갔다.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3분기와 4분기 장기인보험 법인대리점 매출로 각각 95억여 원, 80억 원가량을 냈는데 올해 들어 1분기와 2분기에 약 59억 원에 그쳤다.
TM조직은 지난해 말 3860명에 이르렀으나 5월 말 1931명까지 줄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 등 비대면이 강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김 부회장이 대면채널인 전속설계사 인원을 늘린 것은 저금리와 저성장으로 보험업황이 악화하면서 영업력이 중요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투자수익과 보험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비대면을 통한 소극적 영업으로는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기가 힘들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전속설계사는 초기 정착비, 교육비, 점포임대료 등 운영비가 많이 들어가지만 다이렉트 자동차보험 등 구조가 정형화된 상품을 제외하고는 대면채널의 경쟁력이 여전히 압도적”이라며 “포스트 코로나19시대를 맞아 비대면 채널을 성장시켜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대면영업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