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정치적 세몰이보다는 정책 제시를 통한 지지세 확보로 대통령선거를 향해 전진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19일 정치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 지사는 대법원 판결로 법적 리스크를 사실상 해소한 뒤 정책과 관련한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이 지사는 18일 전체 국회의원에게 편지를 보내 ‘병원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를 요청했다.
그는 “병원 수술실에서 대리수술을 비롯한 불미스러운 사건들로 환자와 병원 사이 불신의 벽이 매우 높다”며 “수술실 CCTV 설치는 환자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어 결국 환자와 병원, 의료진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그는 17일에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부동산 정책을 놓고 “지금 실거주 여부를 중시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는데 이건 심각한 문제”라며 “평생 한 채 가지고 잘 살아 보겠다는데 집값 올랐다고 마구 때리면 안 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지사는 대법원 판결이 있었던 16일 이후 매일 정책 관련 화두를 던지고 있는 셈이다.
이 지사의 행보는 다음 대선까지는 2년에 가까운 시간이 남은 만큼 강점으로 여겨지는 정책을 중심으로 지지세를 확대해 나가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이는 이 지사의 약점으로 여겨지는 취약한 당내 지지기반을 확대하는 데도 유리하다.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안정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민주당 정권’의 정책능력에 의구심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 지사는 그런 여론을 잠재울 역량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 지사는 성남시장 시절부터 보여준 신속, 과감하고 선명한 정책적 행동을 통해 유력 대선주자로 정치적 몸값이 한껏 높아 졌지만 여전히 당내지지 기반은 부족하다.
현재 민주당 내에서 친
이재명계라 할 만한 의원들은 정성호 의원 등 3~4명 정도로 하나의 계파로 보기에는 미약한 수준이다.
오히려 2017년 대선 경선 때
문재인 대통령과 경쟁하며 대립각을 세워 민주당의 주류인 친문과 맞섰다.
2018년 지방선거 때는 경기도지사 후보 자리를 놓고 핵심 친문인 전해철 의원과도 경쟁하며 다시 한번 친문과 악연을 쌓았다.
민주당 당원 게시판에는 16일 이 지사 관련 대법원 판결 결과가 나오자 “파기환송이지 무죄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의 글이 여럿 올라오는 등 여전히 이 지사를 바라보는 친문 지지자들의 시선을 곱지 않다.
이 지사는 16일 대법원 선고가 나온 뒤 소감 발표에서 “제가 가진 것이라고는 신념과 그 다음에 저, 그 다음에 우리의 지지자들”이라며 “제가 정치적 조직도 계보도 지연도 학연도 없는 외톨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지사가
이낙연 대세론을 위협할 것이라고 평가를 받을 만큼 유력한 대선주자로 올라선 상황인 만큼 이 지사를 향한 정치적 구애의 움직임도 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부겸 전 의원이
이낙연 대세론에 맞서기 위해 적극적으로 이 지사를 향해 손을 내밀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김 전 의원은 17일 BBS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이 지사를 놓고 “국민의 마음을 정확하게 읽고 그 시기마다 문제가 되는 것을 용감하게 치고 나간다”며 “국민이 힘들고 지칠 때 그게 사이다 아닌가, 그게 이 지사의 매력이고 강점”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그러나 이 지사가 당대표 경선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게다가 김 전 의원은 잠재적 대선후보군에 포함된 인물이다.
이 지사는 대선 도전 여부를 묻는 질문에 “관심이 없을 수는 없는데 그 관심을 최소한도로 줄이고 원래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해서 성과를 내고 실력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라고 대답해 한동안 도정에만 전념할 뜻을 내비쳤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