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가 자동차 전자장비(전장)에 사용되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생산시설을 확대하기 위해 속도를 낸다.
적층세라믹콘덴서는 전자기기에서 전기 축적 및 방출을 맡는 필수부품으로 삼성전기 실적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에 사용되는 제품은 부가가치가 높아 삼성전기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여겨진다.
특히 최근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전장사업을 육성하겠다는 뚜렷한 의지를 보이고 있어 삼성전기가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사업 기반을 넓히는 일이 더 중요해진 것으로 파악된다.
17일 삼성전기에 따르면 현재 중국 톈진에 건설되는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 공장을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가동할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톈진 공장은 당초 상반기부터 가동될 것으로 예정됐지만 코로나19로 마무리 공사와 설비 구축 등이 지연되며 가동시점이 불명확해졌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기존 일정보다 가동이 지연되고 있지만 어려운 상황에서도 정상가동에 노력하고 있다”며 “차별적 소재기술과 공정기술을 적용해 제품 경쟁력과 고객 대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는 현재 삼성전기 주력제품인 IT기기용 적층세라믹콘덴서와 비교해 훨씬 성장성이 높은 분야로 꼽힌다.
자동차에 사용되는 적층세라믹콘덴서는 수명과 온도, 진동 등에서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다. 바꿔 말해 한번 고객사를 확보하면 장기적으로 공급할 수 있어 IT기기용 제품보다 가격이 하락할 우려가 적다.
제품당 탑재량도 전장용이 IT기기용보다 훨씬 많다. 적층세라믹콘덴서는 일반 스마트폰에 1천 개가량 들어가지만 전기차에는 1만3천여 개 탑재된다.
앞으로 커넥티드카, 자율주행차 등이 확대되는 만큼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의 탑재량은 더 늘어날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삼성전기는 아직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에 관해서는 입지가 넓지 않다.
현재 무라타제작소, TDK, 교세라 등 일본 기업이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고 삼성전기는 한 자릿수 점유율에 그치는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전기 실적을 봐도 2019년 적층세라믹콘덴서 매출 가운데 전장용 제품이 차지한 비중은 10% 수준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기는 2022년까지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 매출을 전체의 20% 수준으로 확대하며 시장 점유율을 키운다는 계획을 세웠다. 톈진 공장은 이런 계획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권성률 DB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기는 이미 IT기기용 적층세라믹콘덴서에서 업계 1, 2위를 다투고 있지만 전장용에서는 무라타제작소, TDK보다 존재감이 없다”며 “삼성전기가 톈진 적층세라믹콘덴서 공장을 가동하면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에서 입지도 높아질 것”이라고 바라봤다.
삼성전기는 톈진 공장 정상가동을 추진하는 한편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 제품군을 확대하는 데도 속도를 내고 있다.
12일 기존보다 용량 및 내구성을 강화한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 5종을 새로 공개하고 이를 글로벌 고객사에 공급한다고 밝혔다.
부품업계에서는 삼성그룹 내부적으로도 삼성전기의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에 관한 기대감이 작지 않다는 말이 나온다.
이재용 부회장이 취임 이후 80억 달러를 들여 미국 전장기업 하만 인수를 단행하는 등 전장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의 전장사업 확대 의지는 갈수록 명확해지고 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6일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을 방문해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삼성전자> |
이 부회장은 5월 삼성SDI 천안사업장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과 만나 전기차에 쓰일 차세대 배터리와 관련한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부품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협력이 구체화하면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 분야에서도 두 기업의 연계가 이뤄질 것으로 보는 시선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최근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사업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부회장은 16일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을 찾아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 전용 생산라인을 점검하고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지난해 6월에도 삼성전기 경영진과 만나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 등 주요 신사업에 관한 투자 및 경쟁력 강화방안을 논의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