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산업안정기금 운용심의회가 신청공고를 내며 본격적 지원절차를 시작했지만 대한항공과 달리 아시아나항공은 속만 태우고 있다.
인수합병(M&A) 절차가 마무리돼야 기금을 지원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 아시아나항공 항공기.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한항공이 7월 안에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신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기간산업안정기금 운용심의회가 대한항공에 대한 1조 원 규모의 기금 지원 여부를 논의한 결과 지원요건을 충족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현재 대한항공의 지원 신청에 대비해 채권 발행규모 및 만기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기간산업안정기금은 코로나19 사태로 위기를 겪는 기간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사실상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우선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도 볼 수 있다.
항공업이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데다 업종인 데다 일자리나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매우 크기 때문이다. 최근 지원업종이 9개로 늘어났지만 이전까지는 해운업과 항공업 2개뿐이었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은 기간산업안정기금을 현재 상황에서 지원받을 수 없다. 아직 인수합병 거래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아 얼마만큼의 자금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필요한지 면밀하게 측정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6월 기자들과 만나 “아시아나항공은 인수전이 마무리돼야 기간산업안정기금 등을 지원할 수 있다”며 “중간단계에서 지원 등을 진행하기가 애매하고 현재 상황에서 이 기금을 지원하려면 심의위원회 위원들에게 설명도 해야 하는 등 복잡하기 때문에 빨리 (거래 관련)협상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업종은 항공·해운·자동차·조선·기계·석유화학·정유·철강·항공제조 등 9개다.
여기에 다소 까다로운 조건도 충족해야 한다.
우선 2019년 연말 기준 총차입금 5천억 원 이상, 2020년 5월1일 기준 근로자 수 300인 이상이어야 한다. 또 코로나19 영향으로 매출 감소 등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고 기금의 자금지원으로 일시적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판단돼야 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최근 기간산안정기금 지원업종을 확대했음에도 신청자격을 갖춘 곳 자체가 그리 많지 않고 조건도 까다로워 예상보다는 신청하는 기업이 적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며 “정작 지원이 절실한 아시아나항공은 지원 여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각각 1조2천억 원, 1조7천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두 항공사는 추가 자금이 필요하다.
아시아나항공 안팎에서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인수를 포기하더라도 하루빨리 대답을 내놓아야 한다는 원성도 나오고 있다.
금호산업과 채권단은 “한 달 안에 거래 종결을 위해 나서지 않으면 계약 해지를 통보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담은 내용증명을 HDC현대산업개발에 전하기로 했다.
금호산업은 이에 앞서 “해외 기업결합심사 등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약서에 거론된 주요 선행조건이 마무리됐으니 거래를 종결하자”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보내기도 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6월 초 산업은행에게 인수조건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할 것을 요청한 뒤 한 달 넘게 묵묵부답을 이어오고 있다.
그러는 사이 아시아나항공은 점점 더 버티기 어려운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3월 말 기준 자본잠식률이 81.2%로 부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적자가 계속 누적되면 완전 자본잠식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화물분야가 안정적 매출을 내면서 간신히 경영을 꾸려나가고는 있지만 여객분야는 여전히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산업은행 등 채권 금융기관이 최근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한 3천억 원 규모의 영구 전환사채를 사들이는 긴급 자본확충에 나선 것도 회사가 완전 자본잠식에 빠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