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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가운데)이 지난 6월 기자간담회를 통해 2분기 해양플랜트에서 대규모 부실을 예고하고 있다. |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경영정상화를 위해 걸어가야 할 길이 더욱 험난해졌다.
정부가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자금지원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자금지원에 앞서 대우조선해양의 강력한 자구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정 사장은 그동안 내놓았던 자구안보다 더 강력한 구조조정을 벌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노조와 갈등도 불가피해 보인다.
◆ 대우조선해양 자금 지원 제동
22일 열린 경제금융점검회의에서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대규모 자금지원 결정이 보류됐다.
이날 회의에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임종룡 금융위원장,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홍기택 산업은행장, 이덕훈 수출입은행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회의는 비공개로 열렸는데 대우조선해양은 물론이고 조선산업 구조조정 방안에 대한 정부의 뜻을 파악하는 가늠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됐다.
금융위원회는 애초 대우조선해양에 4조여 원을 지원해 경영정상화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이날 회의에서 이 계획의 결정은 보류됐다.
회의 참석자들은 “대우조선해양의 자구노력이 먼저 선행돼야 하며 자금지원은 나중”이라고 뜻을 모았다.
정부의 자금지원이 이뤄지기 전 대우조선해양이 먼저 강력한 구조조정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산업은행은 올해 국감에서 대우조선해양 부실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을 놓고 국회의원들로부터 질타를 받았다. 국회의원들은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관리소홀로 혈세를 또다시 투입해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고 비판했다.
산업은행은 이와 관련해 감사원의 감사까지 받게 됐다. 이 때문에 경제금융점검회의 참석자들은 대규모 자금 지원에 더욱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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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종룡 금융위원장. |
산업은행 실사 결과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5조3천억 원의 영업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당기순손실 규모도 4조8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조선해양은 해양플랜트 부실로 2분기 3조399억 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부실을 2분기에 모두 반영했다고 밝혔지만 3분기에도 드릴십 계약 해지와 해외 자회사의 부실이 반영되면서 2조 원 규모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파악됐다.
대우조선해양의 자기자본은 상반기 말 기준으로 2조2484억 원이다. 하반기에 2조 원이 넘는 손실을 입을 경우 부채비율이 4000%까지 높아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의 자금부족이 갈수록 심각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이 11월 1조8천억 원, 2016년 5월 4조2천억 원, 2018년 말 4조6천억 원의 자금이 부족할 것으로 추산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유동성 위기를 간신히 대처해 나가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달 추석상여금 등 임금이 체불돼 노조원이 반발하자 이를 지급하기 위해 자사주 처분을 결정할 정도로 돈이 말라가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내년까지 적자를 이어가고 2017년이 돼야 영업이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정상화 가시밭길
정성립 사장은 앞으로 더욱 가시밭길을 걸어야 한다.
정 사장은 대우조선해양에 취임한 뒤 경영정상화를 위해 팔 수 있는 것은 모두 팔겠다며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두산엔진 지분 4.4%를 매각해 119억 원을 확보했다. 자회사 에프엘씨도 445억 원에 매각하기로 했다.
정 사장은 임원 규모를 30% 줄인 데 이어 부장급 400명에 대한 희망퇴직도 받고 있다.
그러나 정 사장의 이런 자구노력은 경제금융점검회의에서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정도 수준으로 대우조선해양이 경영정상화를 이루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정 사장은 앞으로 더 강력한 자구안을 마련해 추진해야 한다. 핵심은 인력감축과 급여삭감 등이다. 경제금융점검회의는 일반직원들의 고통분담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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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
정 사장으로서는 앞으로 자구안에 광범위한 인력 구조조정 방안을 담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를 위해 노조를 설득해야 한다는 점이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올해 임금동결에 합의하며 무분규로 임금협상을 타결하는 등 정 사장의 경영정상화에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그러나 정 사장이 인력 구조조정안을 내놓을 경우 노조와 갈등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정 사장은 취임하면서 노조에 인력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정 사장으로서 수주를 늘리는 일도 만만치 않다.
대우조선해양은 극도의 수주부진을 겪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3분기까지 43억8천만 달러를 수주해 연간 수주목표의 30%도 채우지 못했다. 대우조선해양의 누적수주액은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대우조선해양이 채권단으로부터 자금지원을 제때 받지 못할 경우 수주는 더욱 어려워진다. 선수금지급보증(RG)을 받을 수 없어 선박수주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달 말 기준으로 850만CGT의 수주잔량을 기록해 세계 조선소 중 수주잔량 1위를 11개월째 이어가고 있다. 이런 수주잔량 덕분에 당장 일감은 문제가 없지만 앞으로 수주가 부진할 경우 2~3년 뒤 매출이 급감하는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