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고객사인 자동차회사에 강판 가격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이 크게 올라 강판값을 올려야 하는 상황이지만 코로나19로 자동차업황이 좋지 못해 가격 인상을 밀어붙이기가 쉽지 않다는 말도 나온다.
▲ 장인화 포스코 대표이사 사장 겸 철강부문장. |
13일 포스코에 따르면 자동차회사들과 2020년 하반기 강판 가격을 놓고 협상을 벌이고 있다.
포스코는 자동차회사들과 반기마다 가격 협상을 벌이는데 결정된 내용은 소급적용한다.
철강회사와 자동차회사는 강판 가격 협상에서 원재료값과 세계 철강업황, 자동차 산업 업황 등 3가지 요인을 면밀히 따지는 것으로 알려진다.
포스코는 철강제품의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이 크게 뛴 만큼 강판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자동차회사들을 설득하고 있다.
실제 철광석 가격은 끝을 모르고 상승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7월 둘째 주 철광석 가격은 전주보다 4.6% 상승한 톤당 104.27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철광석은 올해 1~5월 평균 톤당 84달러에 거래됐는데 가격이 두 달 만에 24.1%나 뛰었다.
포스코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세계 철강업확이 악화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자동차회사들 또한 코로나19 사태로 실적이 부진해 포스코가 가격 인상을 밀어붙이는 게 쉽지 않은 상황에 놓였다.
실제 자동차회사들은 세계적으로 자동차 수요가 크게 줄었다며 강판 가격 동결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의 고객사인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만 놓고 봐도 2020년 상반기에 자동차를 세계에서 모두 135만4천여 대 팔았는데 이는 2019년 상반기보다 15.3% 줄어든 수치다.
하지만 올해 들어 실적이 계속 악화되고 있는 만큼 포스코로서도 물러서기는 쉽지 않다.
포스코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40% 이상 감소했는데 2분기에도 코로나19에 따른 철강 수요 감소에 철광석 가격 상승까지 겹치면서 실적이 크게 나빠진 것으로 추정된다.
박성봉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포스코는 올해 2분기에 부진한 수요에 따른 내수 및 수출 판매가격 하락과 더불어 철광석 가격 강세로 원재료 투입단가가 소폭 상승하면서 영업이익이 2019년 2분기와 비교해 90% 가까이 줄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런 상황을 놓고 보면 포스코의 올해 실적이 사실상 강판을 비롯한 제품 가격 상승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포스코는 2019년 철강 판매량의 25%를 자동차강판으로 내는 데다 매출에서도 자동차강판에 상당 부분을 의지하는 만큼 가격 협상에서 고객사를 대상으로 가격 인상을 설득하는 데 매달릴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의 2020년 1분기 사업보고서를 보면 철강부문 매출 비중은 냉연(33.53%), 기타제품(30.03%), 스테인레스(19.07%), 열연(17.37%)로 냉연이 가장 높은데 자동차강판은 냉연에 포함된다.
포스코 관계자는 “철광석 가격이 올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에 놓여 있다”며 “수요산업 상황 등을 고려해 고객사와 잘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