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펑화그룹 계열사인 대우산업개발이 두산건설 인수에 다가서면서 중국 자본이 한국 주택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대우산업개발이 두산건설을 인수하면 중국 자본이 국내 주요 건설사를 지배하는 첫 사례가 되는데 인수 이유를 놓고 주택사업 강화, 건설 노하우 확보 등 다양한 시선이 나온다.
▲ 두산건설 로고.
10일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대우산업개발이 추진하는 두산건설 인수는 모기업 펑화그룹의 결정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대우산업개발은 두산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두산그룹과 가격협상을 벌이고 있는데 가격은 3천억~4천억 원 사이에서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산업개발이 두산건설을 인수하면 중국 자본이 국내 시공능력평가 30위권 이내의 주요 건설사를 거느리는 첫 사례가 된다.
2015년 당시 시공능력평가 27위였던 동부건설이 중국 자본에 인수될 가능성이 떠올랐지만 실제로 성사되지는 않았다. 두산건설은 2019년 시공능력평가 순위 23위에 올랐다.
대우산업개발은 대우자동차판매에서 건설사업 부문을 분할해 설립한 회사다.
지난해 매출 3050억 원, 영업이익 70억 원을 거뒀고 1분기 말 기준으로 현금성 자산이 64억 원에 그쳐 펑화그룹 지원 없이 두산건설을 인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선이 많다.
펑화그룹은 중국 광둥성 둥관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부동산 개발회사로 2011년 신흥산업개발유한공사를 내세워 대우산업개발을 인수했다.
신흥산업개발유한공사는 1분기 말 기준으로 대우산업개발 지분 56.6%를 보유했다. 한재훈 대우산업개발 대표이사(25%)와 루간보 펑화그룹 회장의 사위로 알려진 이상영(75%)씨가 주요 주주다.
건설업계 관계자의 의견을 종합하면 펑화그룹은 두산건설 인수를 통해 대우산업개발의 국내 주택시장 점유율을 큰 폭으로 높일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
대우산업개발은 자체 아파트 브랜드인 ‘이안’과 고급 주상복합 브랜드 ‘엑소디움’을 보유하고 있지만 서울권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형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국내 주택시장에서는 갈수록 브랜드가 중요해지고 있는데 브랜드 인지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서울 진출 여부”라며 “대우산업개발은 수도권에 아파트를 꾸준히 공급했지만 서울 진출을 하지 못했던 점이 두산건설을 인수하려는 이유일 수 있다”고 말했다.
두산건설이 보유한 아파트 브랜드 ‘위브’는 최근 시공이력이 없음에도 인지도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내놓는 아파트 브랜드 평판조사에서 위브는 4~6월 동안 15위권을 오르내렸다.
대우산업개발에 인수된 뒤 시공이 재개되면 인지도가 이보다 높아질 가능성도 크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건설업계에서는 펑화그룹이 하향세를 보이는 국내 주택시장에 더 큰 투자를 하는 것을 놓고 다른 이유가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두산건설이 국내 주요 건설사로 풍부한 경험을 갖춘 만큼 펑화그룹이 중국사업에서 이를 활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대우산업개발은 2015년 광둥성 둥관에서 1200억 원 규모의 빌라 신축사업을 수주했는데 펑화그룹이 사업을 발주했다.
대우산업개발보다 훨씬 규모가 큰 두산건설이라면 이보다 더 큰 개발사업을 맡길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루간보 펑화그룹 회장은 광둥성 부동산 개발업계에서 ‘작은 거인’이라고 불릴 만큼 탄탄한 입지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형건설사의 다른 관계자는 “중국 건설사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아직은 기술력 부분에서 한국 건설사들에게 뒤쳐진다는 인식이 있다”며 “펑화그룹이 중국 부동산 개발사업에서 두산건설을 시공사로 활용해 개발사업 흥행 등을 노릴 가능성도 있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