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증권사 분석을 종합하면 권 사장은 LG전자에서 모바일사업을 맡은 MC사업본부를 놓고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을 본격적으로 펼치고 있다.
가장 중심이 되는 정책은 스마트폰 위탁생산(ODM)을 확대하는 방안이다.
현재 LG전자는 인도 등 신흥시장에서 판매하는 중저가형 스마트폰에 관해 위탁생산 물량을 늘리며 생산비용을 줄이는 데 노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KB증권에 따르면 LG전자 위탁생산 비중은 2019년 30%에서 올해 70%까지 2배 이상 확대된다. LG전자 스마트폰 10대 가운데 7대가 외부업체를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권 사장의 ‘모바일 효율화’ 전략은 스마트폰 브랜드에서도 나타난다.
최근 글로벌시장에 출시된 LG전자 스마트폰 ‘벨벳’은 기존 브랜드 ‘G시리즈’를 이어가는 대신 독자적 모델이름을 채택했다. 각 제품마다 정체성을 명확히 해 소비자를 끌어들이겠다는 방침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IT매체 폰아레나는 벨벳을 두고 “LG전자는 소비자에게 더 친숙한 이름을 위해 혼란스러운 영문·숫자 표기를 버렸다”며 “영어 이름에서 멀어지겠다는 계획은 G시리즈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권 사장이 이처럼 새로운 전략을 바탕으로 MC사업본부의 실적을 개선할 수 있을지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MC사업본부는 2분기 영업손실 2천억 원을 내 21분기 연속 적자를 본 것으로 추산된다. 실적 자체만 놓고 보면 영업손실이 3130억 원에 이르렀던 2019년 2분기와 비교해 다소 나아졌다.
다만 앞으로도 이런 회복세가 이어질지는 장담할 수 없다. LG전자가 5G통신 초기 삼성전자, 화웨이와 함께 5G스마트폰시장을 선점했던 이점이 점차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애플이 하반기 처음으로 5G스마트폰을 출시할 것으로 예정돼 LG전자 모바일사업에 큰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LG전자는 5G 초기 기회가 소멸한 스마트폰을 놓고 추가적 효율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동주 SK증권 연구원은 “LG전자는 스마트폰 라인업 간소화 및 지속적 위탁생산 비중 확대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며 “하반기 구조적 체질 개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모바일사업은 LG전자에서 ‘가장 아픈 손가락’으로 꼽힌다.
모바일사업과 함께 적자를 이어가는 자동차 전자장비(전장)사업은 하반기 코로나19 기세가 누그러지면 빠르게 성장하는 전기차시장을 바탕으로 정상궤도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지산 연구원은 “자동차부품은 3분기 극도의 부진에서 벗어날 것”이라며 “시야를 내년까지 넓힌다면 LG전자 전장사업은 전기차 위주로 성장 사이클에 복귀하며 적자폭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봉석 사장은 2019년 11월 LG전자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뒤 올해 3월26일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7일 잠정실적 공시를 통해 대표이사로서 첫 분기 실적을 공개했다.
LG전자 2분기 영업이익은 4931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4%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숫자만 놓고 보면 저조했지만 증권업계에서는 권 사장이 선방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코로나19로 세계 유통망과 수요가 침체했는데도 LG전자 중심사업인 생활가전과 TV부문의 피해를 최소화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잘하는 사업을 지키는 것만으로는 LG전자의 외형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전장사업과 함께 모바일사업 반등이 권 사장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여겨지는 이유다.
김록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VS사업본부의 반등과 MC사업본부의 적자 축소가 LG전자 하반기 실적의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권 사장은 올해 초 세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2021년 모바일사업과 전장사업을 동시에 흑자전환(턴어라운드)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