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금융감독원이 라임자산운용 무역펀드 보상을 놓고 투자금 전액을 투자자에게 반환하라고 결정하며 우리금융지주의 하반기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보상대상인 라임자산운용 무역펀드의 판매금액을 금융지주별로 살펴보면 우리금융지주(우리은행) 561억 원, 신한금융지주(신한금융투자) 454억 원, 하나금융지주(하나은행) 449억 원 등으로 우리금융지주에서 판매한 금액이 가장 많다.
금감원이 이례적으로 100% 보상 권고안을 내놓은 만큼 우리금융지주의 수익성이 악화할 요인이 더 늘어난 셈이다.
우리금융지주는 앞서 한국은행이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기준금리를 낮추는 등 저금리기조를 강화하며 2분기부터 우리금융지주 수익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1분기 기준 우리금융지주 순이익 가운데 우리은행 비중이 80%를 넘는 등 이자수익을 기반으로 하는 은행부문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금융정보 제공기업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는 2020년 2분기에 순이익 5211억 원을 낼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순이익 6574억 원보다 20.73% 줄어드는 것이다.
하반기도 실적을 반등할 계기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라임자산운용 무역펀드 보상까지 더해지면 실적 악화 우려는 더욱 커진다. 우리금융지주가 은행 실적에 치우진 약점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손 회장이 코로나19 금융지원에 집중하며 미뤄뒀던 비은행부문 인수합병에 속도를 낼 지 주목되는 이유다.
이에 앞서 손 회장은 지주사체제로 전환한 뒤 비은행부문 인수합병을 통해 수익 다각화를 이루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다만 우리금융지주의 자기자본비율을 높여주는 내부등급법 승인이 미뤄지며 인수합병에 사용할 수 있는 가용자본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하지만 금감원이 6월30일 우리금융지주에 내부등급법 적용을 승인한 만큼 인수합병을 진행할 수 있는 여력을 갖추게 됐다. 우리금융지주가 내부등급법 승인을 받으며 1.2%포인트 정도 자기자본비율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기자본비율에 따라 가용자본 범위가 결정되는 만큼 인수합병에 투입할 수 있는 자본이 늘어나는 셈이다. 우리금융지주 자기자본비율이 1% 높아지면 약 1조6천억 원 이상 가용자본이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손 회장은 기존 계열사인 우리종합금융 등과 시너지가 큰 증권사와 캐피털사를 인수합병 우선 순위에 두고 매물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증권업계에서는 우리금융지주가 당장 3분기 안에 아주캐피탈 인수에 나설 수 있다고 바라봤다. 우리금융지주가 아주캐피탈을 인수하면 비은행 수익 다각화에 더해 인수 관련 일회성 이익 1천억 원을 거둬 들일 수 있어 라임자산운용 무역펀드 손실을 상쇄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3분기 중 우리금융지주가 아주캐피탈을 자회사로 인수하면 우리은행에서 펀드 청산이익 약 450억 원과 그룹 염가매수차익 550억 원 등 약 1천억 원 정도의 일회성이익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금융지주는 우리은행을 통해 사모펀드인 '웰투시제3호사모투자합자회사'가 보유한 아주캐피탈 지분을 간접 보유하고 있다. 이에 더해 펀드 만기시점에 아주캐피탈 지분을 우선적으로 매입할 수 있는 우선매수청구권도 보유하고 있어 지분 매입을 통해 아주캐피탈을 자회사로 편입할 수 있다.
다만 우리금융지주는 금감원이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지원하라는 취지로 우리금융지주 내부등급법 승인을 서둘러 진행한 만큼 바로 공격적 외연 확장에 나서는 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당분간 코로나19 피해기업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금융지원을 이어갈 것"이라며 "아주캐피탈은 코로나19 진정세나 경제 상황에 따라서 인수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종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