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골드만삭스‘가 등장할까?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대형 증권사의 기업금융 활성화를 추진하면서 자기자본 3조 원이 넘는 대형 증권사 위주로 증권업계가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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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종룡 금융위원장. |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와 금감원이 최근 내놓은 ‘금융투자업 경쟁력 강화방안’에 따라 증권사의 대형화가 촉진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김영준 SK증권 연구원은 “금융투자업 경쟁력 강화방안은 대형 증권사의 업무역량을 적극 확대한 것”이라며 “증권사들의 자기자본 확대와 인수합병 증가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투자업 경쟁력 강화방안은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지정된 대형 증권사의 투자은행(IB)사업을 키우는 데 중점을 뒀다. 투자은행은 기업 상장, 지분 인수, 기업 인수합병 등의 사업으로 대규모 자본을 필요로 한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방안에서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기업신용공여 한도규제를 완화했다. 이 방안이 시행되면 종합금융투자사업자는 자기자본의 100% 한도 안에서 기업에 자금을 빌려줄 수 있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는 내년부터 비상장 주식시장을 개설할 수 있다. 모든 증권사가 전문투자형 사모펀드를 운용할 라이선스를 얻는 것도 방안에 포함됐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투자업 경쟁력 강화방안은 증권사의 대형화와 전문화를 유도한다는 이전의 큰 틀을 유지하고 있다”며 “종합금융투자사업자 규모의 대형 증권사가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위는 2013년 자기자본 3조 원 이상의 증권사(NH투자증권, KDB대우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에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자격을 부여했다. 이들은 신생기업 투자와 기업 인수합병에 대한 신용공여 등 대형 투자은행사업을 수행할 수 있다.
증권사들은 이르면 내년부터 시행될 금융투자업 경쟁력 강화방안에 맞춰 자기자본을 늘리는 데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강승건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래에셋증권이 최근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 내년에 6개 종합금융투자사업자가 생긴다”며 “다른 증권사들까지 감안하면 앞으로 9개 이상의 종합금융투자회사와 중형 증권사로 업계가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대우증권 인수전은 대형화를 추진하는 증권사들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사례다. 대우증권은 자기자본 4조1천억 원대의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최근 경영권 매각절차에 들어갔다.
최현만 미래에셋그룹 수석부회장은 최근 “최근 진행 중인 1조2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는 글로벌 투자은행으로 도약하기 위해 전부터 계획했다”며 “대우증권도 가격만 맞는다면 인수 검토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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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현만 미래에셋그룹 수석부회장. |
미래에셋증권은 유상증자를 끝내면 자기자본을 2조4476억 원에서 3조7천억 원대로 늘리게 된다. 미래에셋증권이 대우증권(4조1천억 원)을 인수합병하면 자기자본 8조 원대에 육박하는 초대형 증권사가 된다.
KB금융지주도 대우증권을 인수해 KB투자증권과 합병하면 자기자본 5조 원대의 계열 증권사를 얻으면서 투자은행사업을 강화할 수 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유상증자와 중소형 증권사의 인수합병 등을 진행하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이를 통해 현재 1조2024억 원 규모인 자기자본을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조건인 3조 원까지 늘리려 한다.
메리츠종금증권은 8월 4141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올해 아이엠투자증권을 합병했으며 리딩투자증권 인수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 관계자는 “2020년 종합금융업 사업자허가가 만료되기 전까지 자기자본 3조 원을 확보해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