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코로나19로 우리나라 물가가 당분간 낮은 수준을 보이겠지만 디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내다봤다.
이 총재는 25일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디플레이션 관련 질문에 “물가상승률이 내년에는 점차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상품·서비스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이후 국제유가 하락 등 공급 측면에서 물가 하락요인의 영향이 줄어들 것”이라며 “경기는 완만하지만 개선흐름을 보일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바뀔 가능성을 놓고는 지난달 내놓은 전망치를 바꿀 만큼 뚜렷한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이에 앞서 한국은행은 5월 금융통화위원회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2%로 제시했다.
이 총재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1.2%에서 –2.1%로 낮춘 점을 놓고는 “세계경제 전망의 논거는 타당성이 있다고 보지만 국가별로 조정을 하면서 한국에 미치는 영향을 볼 때는 충격의 정도를 약간 과다하게 보지 않았나 하는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실질금리를 내리기 위해서 더 완화적 통화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주장과 관련해서는 “추가적으로 완화할지 여부는 코로나19의 전개상황 및 국내외 금융·경제에 미치는 영향, 금융안정상황의 변화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신중하게 판단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기회복 지원을 위한 완화적 통화정책이 투자와 소비로 이어지지 않고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가격 상승만 초래하고 있다는 우려를 놓고는 지금까지의 완화적 통화정책이 의도했던 효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금리가 큰 폭으로 인하되면서 경제주체들의 차입비용이 절감됐고 또 유동성이 확대 공급돼 기업의 자금조달여건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결국 실물경제가 과도하게 위축되지 않도록 하는 데 분명히 효과를 나타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택 가격이 다시 오름세를 보이는 그런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우려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며 “그렇지만 통화정책을 완화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불가피한 만큼 자산 가격을 포함한 금융시장에서 불균형 위험은 거시건전성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 나가면서 대처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이날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3%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행은 “환율과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 등 상방요인이 있지만 정부의 복지정책 기조와 유가 하락, 경기둔화 영향으로 물가 하방압력이 커질 것”이라며 이처럼 전망했다.
내년에는 국제유가 하락 영향이 사라지고 경기 개선, 복지정책 영향 축소 등이 더해져 올해보다 높은 1.1%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식료품·에너지 물가를 뺀 근원물가 상승률은 올해와 내년 각각 0.4%, 0.9% 수준으로 추산됐다.
한국은행은 보고서에서 “앞으로 성장세 회복을 지원하고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소비자물가 상승률 2%)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계획”이라며 “코로나19 영향으로 국내경제의 성장이 부진하고 수요 측면의 물가 상승압력도 낮은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