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 사외이사와 CEO 자격요건을 강화하고 이사회 역할을 확대하도록 하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이 제21대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은 제20대 국회에서 법안 개정이 추진될 때부터 선제적으로 이사회를 정비하고 지배구조 개선을 추진해 리스크를 낮추고 이사회 안정성을 확보했다.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는 25일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에 포함된 내용은 대부분 미리 도입해서 실행하고 있던 것"이라며 "법안이 통과돼도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가 제출한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련한 법률 개정안은 23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금융위는 금융회사 경영문화와 지배구조에 투명성 및 공정성을 높이겠다는 목적으로 2018년 20대 국회에서 개정안을 처음 제출했지만 법안이 계류상태에 놓여 통과되지 않았다.
21대 국회에서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과반수 넘는 의석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고 시행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은 금융회사 사외이사 구성 및 역할과 관련한 내용을 주로 담고 있어 사외이사 수가 비교적 많은 신한금융지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법안이 통과되면 현재 감사위원회에 소속된 사외이사는 보수위원회와 임원후보 추천위원회를 제외한 다른 위원회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
신한금융지주 감사위원회 소속 윤재원 사외이사와 성재호 사외이사, 이윤재 사외이사가 사회책임경영위원회와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후보 추천위원회, 이사회 운영위원회 등에 참여하고 있어 감사위원회 소속 사외이사를 교체하거나 다른 위원회 구성원을 변경해야만 한다.
하지만 신한금융 관계자는 "신한금융지주는 다른 금융지주사보다 많은 사외이사진을 갖추고 있어 금방 역할을 대체하거나 조정할 수 있는 만큼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용병 회장이 개정안 통과 가능성에 대비해 신한금융지주 사외이사를 늘리는 등 이사회 변동과 관련한 리스크를 줄이고 지배구조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데 힘써왔던 만큼 대응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조 회장은 2017년 취임 뒤 신한금융지주 사외이사를 기존 9명에서 10명으로 늘려 다른 금융지주사보다 폭넓은 사외이사진을 갖추도록 했다.
현재 KB금융지주 사외이사 수는 7명, 하나금융지주는 8명, 우리금융지주는 6명이다.
사외이사가 많으면 이사회 내부 위원회 구성원에 변동이 필요할 때 기존 인물을 다른 위원으로 대체하기 비교적 쉽고 사외이사 다양성과 이사회 독립성 및 영향력도 더 커지는 효과가 있다.
지배구조법 개정안은 금융회사 CEO 및 사외이사를 선임할 때 금융과 법률, 경영 등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추도록 하고 여러 명의 사외이사를 동시에 교체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한다.
금융지주사 회장이 계열사 CEO 선임과 이사회 구성에 행사할 수 있는 압력을 제한하는 조치다.
신한금융지주는 이미 사외이사 후보 선정과 선임을 모두 사외이사들에 맡겨 검증을 거치도록 했고 계열사 CEO 선임도 그룹 차원에서 정해진 육성절차를 거쳐 진행하고 있다.
조용병 회장은 더 나아가 사외이사 선임과 신한금융 계열사 CEO후보 육성 과정에 공정성을 더하기 위해 최근 주주추천 사외이사제를 도입하고 자회사 부사장급 인사권도 계열사에 넘겼다.
주주들이 직접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할 수 있도록 해 이사회에 주주 목소리를 반영하고 CEO 후보군으로 육성할 임원도 지주회사가 아닌 계열사가 정하도록 조치한 것이다.
금융지주사 회장이 회장후보 추천위원회에 참여하지 못 하도록 하는 개정안 내용도 이미 조 회장이 지난해 초부터 신한금융지주 회장후보 추천위원회에서 빠지기로 해 별다른 영향이 없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2018년 처음 지배구조법 개정안 도입 가능성이 논의될 때부터 선제적으로 변화를 추진하며 대비해 왔다"며 "법안이 통과될 때 곧바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회사 이사회 구성에 영향을 미치는 법안이 시행되더라도 신한금융 이사회는 큰 변화없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큰 셈이다.
지난해 말 조 회장 연임을 결정했던 사외이사 7명 가운데 5명이 최근 임기 만료로 퇴임했거나 임기제한에 걸려 내년 3월까지 물러나야 하는 만큼 이사회 분위기가 다소 바뀔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변화는 사외이사들이 조 회장을 견제하는 역할을 더 강화해 지배구조 투명성과 이사회 독립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중장기적으로 긍정적 결과를 낳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은 6월 안에 국회에 제출돼 본회의 의결 등 절차를 통과하면 시행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