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이 인터넷전문은행 지분을 50%까지 보유할 수 있는 은행법 개정안이 발의되면서 금산분리 원칙의 완화 여부가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대기업이 인터넷전문은행의 최대주주로 참여할 수 있게 된다. 다양한 사업자의 참여를 유도해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쟁을 활성화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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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 |
하지만 야당은 금산분리 원칙을 훼손할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은행법 개정안이 2015년 안에 국회를 통과하기 힘들다는 전망도 나온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을 대상으로 한 은행법 개정안 2개가 국회에 발의됐다.
이 은행법 개정안은 모두 산업자본이 보유할 수 있는 은행 지분의 최대한도를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4%에서 50%로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이 최근 발의한 개정안은 모든 산업자본이 인터넷전문은행의 지분을 50%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 때문에 총자산 5조 원 이상을 보유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도 인터넷전문은행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이 개정안은 신동우 새누리당 의원이 7월 발의한 개정안보다 금산분리 원칙을 더 큰 규모로 완화한 것이다. 신 의원의 개정안은 대기업을 법안 적용대상에서 제외했다.
대신 김용태 의원은 개정안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이 대주주에 신용공여를 내주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대기업의 금고처럼 쓰이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다.
김용태 의원실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성공하려면 대기업 계열사를 포함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등이 더 많이 참여해야 한다”며 “대기업의 사금고화라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대주주와 계열 기업집단에 들어가는 회사에 신용공여를 금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용태 의원의 은행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컨소시엄에 참여한 대기업들은 지분을 대폭 늘릴 수 있게 된다.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신청한 컨소시엄은 모두 3곳이다. 카카오, 인터파크, KT가 개별 컨소시엄을 주도하고 있다.
세 회사들은 현행법에 따라 인터넷전문은행의 의결권 있는 지분을 최대 4%까지 보유할 수 있다. 이들은 은행법이 개정되면 인터넷전문은행 지분을 늘릴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특히 KT는 김용태 의원의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만 인터넷전문은행 지분을 최대 50%까지 보유할 수 있다. KT는 6월 기준으로 총자산 31조 원을 소유한 대기업으로 분류된다.
컨소시엄에 참여한 대기업 계열사들이 지분을 더 사들여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주주가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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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창규 KT 회장. |
대기업 계열사인 SK텔레콤, GS홈쇼핑, 갤럭시아커뮤니케이션즈는 인터파크 컨소시엄의 구성원이다. KT 컨소시엄에는 포스코ICT, GS리테일, 한화생명, 노틸러스효성, 효성ITX이 참여하고 있다.
앞으로 다른 대기업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뛰어들 가능성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은행법 개정 여부에 따라 이르면 2016년 상반기에 2차 사업자에 대한 예비인가 신청을 받기로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는 대기업은 61곳으로 계열사만 1678개에 이른다”며 “금산분리 원칙이 대기업에 대해서도 완화된다면 이들이 인터넷전문은행 2차 예비인가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경쟁을 촉진시킬 요인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야당 측은 김용태 의원의 개정안에 대해 금산분리 원칙을 크게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국회는 제19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이며 2016년 4월 20대 총선이 치러진다. 이 때문에 은행법 개정안을 이번 회기 안에 처리하기 힘들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최근 인터뷰에서 “금산분리 원칙을 지키는 것이 우리의 당론”이라며 “금산분리에 대한 입장을 바꿀 가능성이 없다”고 밝혔다.
김기식 의원실 관계자도 “인터넷전문은행 때문에 금산분리 원칙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기본적인 입장”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