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보수진영으로 점차 다가가고 있다.
안 대표는 중도실용노선을 지킨다는 기치를 내걸며 통합당과 합당 등에 선을 그어왔지만 통합당에 김종인 비대위가 출범하면서 안 대표가 보수진영에 합류할 공간이 넓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당과 미래통합당은 21대 국회에서 다각도로 협력방안을 모색하며 연대의 실마리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국회 원구성과 ‘윤미향 의원 논란’, ‘백선엽 장군 현충원 안장 논란’ 등 최근 정치권 현안과 사건을 놓고 국민의당은 통합당과 보조를 맞추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각을 세우고 있다.
두 당의 의원들 사이 교류도 활발하다.
두 당은 각자 이름을 딴 공동 연구모임인 ‘국민미래포럼’을 발족해 5일 첫 회의를 시작으로 격주로 모이기로 했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와 황보승희 통합당 의원이 모임의 공동대표를 맡았다.
국민미래포럼에서는 주로 정책 토론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향후 두 당의 연대까지 염두에 두고 모임을 진행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총선 이전까지만 해도 안 대표가 ‘보수통합에 전혀 관심이 없다’며 중도실용노선을 끝까지 지키겠다는 뜻을 고수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 안 대표와 국민의당이 통합당을 대하는 태도는 상당히 유연해진 셈이다.
정치권에서는 안 대표가 대통령선거 도전까지 바라보면서 중도실용노선을 홀로 지키기 역부족인 상황에기 때문에 보수 쪽에 합류할 것이란 관측이 꾸준히 나오고 있었다.
안 대표는 거대 양당체제로 굳어진 한국정치의 폐단을 극복하겠다는 명분으로 중도층의 지지를 확보해 유력한 대선주자로 떠올랐지만 잇따른 선거 패배를 통해 중도실용노선을 한계를 체감했다.
2017년 19대 대선후보로 출마했을 때 문재인 대통령의 가장 유력한 경쟁자로 떠오를 것이란 기대도 받았지만 결국 문 대통령과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후보에 이어 3위에 머물렀다.
올해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국민의당은 단지 3석을 얻는 데 그쳐 거대 양당인 민주당(176석)과 통합당(103석)에 크게 못 미치는 성적을 거뒀다.
정치권 일부에서는 안 대표를 지지하는 중도층 표심이 부동표(스윙보트) 성격을 지니기 때문에 선거 때마다 양쪽 진영으로 분산된다고 바라본다.
안 대표도 총선 이후 해단식을 진행하며 “마음 속으로 국민의당을 지지하면서도 양극단의 진영대결 때문에 거대 정당을 찍을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통합당 안에서도 중도층으로 외연 확장을 해야한다는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터라 국민의당이나 통합당 모두 서로 연대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돼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체제 출범으로 안 대표의 보수진영 합류에 힘이 실릴 것이란 시선도 나온다.
안 대표가 이전까지 보수 합류를 꺼린 데는 보수진영의 본진인 통합당이 보였던 보수색채 때문에 안 대표의 정치적 브랜드인 중도실용노선이 가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통합당의 당권을 잡은 뒤 진보 진영의 의제인 기본소득제 등을 강조하는 등 ‘좌클릭’ 행보를 하며 안 대표가 추구하는 중도실용노선과 통합당의 방향성이 어느 정도 접점을 찾고 있다.
안 대표는 김 위원장이 화두로 던진 기본소득제나 전일 보육제도 등에 공개적으로 찬성 의사를 보이고 있다. 그는 사석에서 “김 위원장의 기조가 내가 추구하는 방향과 거의 비슷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이 당권을 잡으며 통합당 내 기득권을 잡았던 보수성향 정치인들의 세력이 다소 약해진 것도 안 대표가 보수진영에 안착하는 데 긍정적일 수 있는 대목이다.
안 대표는 12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을 만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김 위원장도 11일 서울 동북권 원외 당협위원장들과 점심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언젠가 안 대표를 만나겠지”라며 긍정적 태도를 보였다고 전해졌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