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승주 한화생명 대표이사 사장이 실손의료보험의 가입문턱을 높여 손해율 관리에 고삐를 죄고 있다.
한화생명은 보험사업의 수익성을 끌어 올려 실적을 개선할 필요성이 절실한데 신규 가입연령을 낮춘 것은 보험업계에서 처음 시도되는 것이어서 실효를 거둘지 주목된다.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화생명이 실손의료보험의 신규 가입연령 한도를 65세에서 49세로 하향조정한 것을 두고 다른 보험사들이 이를 벤치마킹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오고 있다.
한화생명이 실손의료보험 신규가입에 나이 제한을 둔 것은 나이가 많을수록 의료비 지출이 많은 점을 고려해 가입연령을 낮춰 보험금으로 나가는 손실을 줄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가입 심사를 까다롭게 하는 보험사가 늘고 있지만 실손의료보험 신규가입의 연령 한도를 낮춘 곳은 현재 한화생명이 유일하다.
50세가 넘는 고객은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비싼 노후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여승주 사장의 이러한 시도가 유의미한 결과를 낸다면 실손의료보험의 손해율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다른 보험사들도 비슷한 시도를 할 가능성이 있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형보험사로 꼽히는 한화생명이 실손의료보험 가입에 나이제한을 두는 쉽지 않은 선택을 했다”며 “실손의료보험은 손해율이 높은 만큼 보험사의 부담이 커 한화생명이 어떤 성과를 낼지 지켜보는 보험사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손의료보험은 3800만여 명이 가입해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데 손해율이 치솟고 있어 보험사들의 부담이 크다.
지난해 보험사들의 실손의료보험 손해율은 133.2%로 집계됐다. 100의 보험료를 거둬서 130이 넘는 보험금을 내준 셈이다.
손해율이 높지만 보험사들은 보험료를 쉽게 올리지는 못하고 있다. 정부가 국민 대다수가 가입했다는 점을 들어 가격통제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 사장이 총대를 메고 실손의료보험 가입연령에 차등을 둔 것은 한화생명의 경영상황이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본 영업인 보험영업에서 수익성 방어를 위해 손해율 관리에 나선 것이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순이익 587억 원을 내며 1년 전보다 수익이 86.9% 급감했다.
이에 여 사장은 올해 들어 대규모 채권 매각에 나서며 실적 방어에 힘쓰고 있다.
한화생명은 1분기 별도기준으로 순이익 480억 원을 냈다. 지난해 1분기보다 2.7% 늘었다.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양호한 실적을 낸 것으로 여겨지지만 실제는 채권 매각을 통해 보험부문의 손실을 메운 것이다.
저금리환경에서 금융자산을 처분하면 실적을 끌어올리는 데 단기적으로 도움이 되지만 향후 이자수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화생명은 1분기 보험부문에서 영업손실 3030억 원을 냈다. 반면 1분기 투자영업이익이 1조526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7% 늘었는데 채권매각이익이 약 3500억 원 포함됐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