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이 자산운용을 통해 실적 개선에 힘을 쏟는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하라는 달갑지 않은 상황에 직면했다.
한화생명은 1분기 채권 매각 등을 통해 운용자산 이익률을 4%대로 힘겹게 끌어올렸는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다시 내리면서 한화생명의 운용자산 이익률이 다시 하락세로 돌아설 수 있다.
29일 한화생명 등 대형 생명보험사 1분기 실적 발표자료 등을 살펴보면 한화생명은 대형 생명보험사 가운데 저금리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한화생명은 해외 대체투자를 늘리고 채권을 매각해 1분기에 운용자산 이익률을 높이는 성과를 거뒀는데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운용자산 이익률 하락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한화생명은 과거 높은 금리를 보장하는 보험을 많이 팔아 부담금리가 높은 데 반해 운용자산 이익률은 대형 생명보험사 가운데 낮은 편이다.
1분기 운용자산 이익률은 4.36%로 1년 전보다 1.05%포인트 높아졌지만 삼성생명(4.9%), 교보생명(5.51%) 등과 비교해 여전히 낮다.
반면 부담금리는 4.5%로 교보생명(4.39%), 삼성생명(4.28%)보다 높다.
한화생명이 고객으로부터 받은 보험료를 투자해 벌어들 수익보다 보험금으로 지급해야하는 금액이 더 많은 셈이다.
기준금리가 낮아지면 국내채권 금리가 하락한다. 국내채권 금리가 떨어지면 투자이익에 영향을 미치는 운용자산 이익률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보험사는 고객으로 받은 보험료를 굴려 자산운용 수익을 거두는데 안정적으로 자산을 운용하기 위해 국내채권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꾸리고 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는 단기채권 수익률에 먼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2분기부터 바로 운용자산 이익률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기준금리 인하가 장기적으로 운용자산 이익률에 부담을 주는 요인인 것은 맞다”고 말했다.
한화생명이 2분기에도 채권 매각 등을 통해 자산운용부문 수익성 악화에 대응할 수 있다.
한화생명은 1분기 단기채권에서 장기채권으로, 해외채권에서 국내채권으로 자산 구성을 바꾸는 과정에서 채권 매각이익 약 3500억 원을 거뒀다.
채권을 매각해 투자이익 하락을 방어하는 전략을 두고는 업계에서 평가가 엇갈린다.
저금리상황에서 실적 악화를 막는 수단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험사의 수익원이 줄어든다는 부정적 시선도 나온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1분기 자산부채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채권 매각이 발생했지만 2분기에는 변액보증 준비금 환입 등이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운용자산 이익률이나 실적을 방어하기 위해 대규모 채권 매각은 아직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한화생명은 부채 적정성 평가제도에 따른 책임준비금을 추가로 적립해야 하는 부담도 커질 수 있다.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보험부채를 현재가치로 환산할 때 적용하는 할인율도 낮아진다. 할인율이 낮아지면 미래 보험부채의 현재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에 보험회사는 책임준비금을 추가로 적립해야 한다.
28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연 0.75%에서 연 0.5%로 0.25%포인트 내렸다.
3월16일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연 0.75%로 0.5%포인트 낮춘 지 2개월 만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고두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