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중국 전기차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기 위해서는 중국 현지에서 '협력자’ 찾기를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28일 현대자동차와 전기차업계의 분석을 종합하면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현대차그룹을 글로벌 톱3 전기차기업으로 키운다는 계획을 세워뒀는데 최근 폴크스바겐이 중국 현지기업과 연합이 막바지에 다다르면서 계획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졌다.
세계 전기차시장 3위 폴크스바겐은 미래에 현대차그룹과 친환경차 수요를 놓고 본격 경쟁을 펼칠 유력한 경쟁자로 꼽힌다.
폴크스바겐은 현재 중국 전기차기업 JAC모터스의 모회사인 안후이성 장화이자동차그룹과 지분 50%를 인수하는 내용의 협상을 하고 있다.
폴크스바겐은 또 전기차배터리 제조회사인 궈쉬안 하이테크와는 지분 27%를 인수해 최대주주가 되는 내용의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르면 29일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두고 전기차업계는 폴크스바겐이 중국 전기차시장 선점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발빠르게 전열을 가다듬는 것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당연히 경쟁관계인 현대차그룹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중국은 세계 최대 전기차시장인 만큼 얼마나 먼저 점유율을 확보하느냐에 따라 한 기업의 전체 전기차 판매량이 크게 달라질 수도 있다. 그만큼 다른 시장보다 시장을 선점하는 일이 중요하다.
더욱이 중국 전기차시장 규모는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리서치기업 후지경제의 예측 보고서에 따르면 2035년에는 중국에서 전기차 판매량이 1056만 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에서 2019년에 전기차는 모두 98만4천 대가량 팔렸는데 이보다 10배 넘게 늘어나는 것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2025년까지 현대차그룹을 글로벌 톱3 전기차기업으로 키운다는 청사진을 그려두고 있다. 이를 현실화하려면 중국 공략이 절실한데 현대차그룹은 아직 중국 전기차시장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2019년에 중국에서 팔린 현대차 브랜드의 전기차를 포함한 친환경차 수는 고작 3822대뿐이다.
이 때문에 정 수석부회장이 중국 전기차시장 선점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조만간 중국 현지 전기차기업이나 배터리기업과 손잡을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차가 중국 현지기업과 협력하면 중국에서 충분한 전기차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생산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더욱이 현지 배터리기업과 손을 잡으면 향후 닥칠 배터리 수급에 대한 걱정도 덜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중국에서 생산하는 현지 전략형 전기차 모델에 중국 1위 배터리기업인 CATL의 배터리를 얹고 있다.
하지만 CATL은 중국 전기차 1위 기업인 비야디(BYD)와 협력하고 있는 만큼 배터리 수급문제가 발생했을 때 현대차그룹이 뒤로 밀릴 수도 있다.
또 현대차그룹은 SK이노베이션 LG화학 등 국내 배터리기업으로부터도 배터리를 받고 있지만 중국 정부가 현지 배터리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보조금 지원정책을 펼치고 있어 국내 배터리기업들의 중국 진출이 막혀있는 상황이나 마찬가지다.
정 수석부회장이 결국 중국 현지에서 협력자를 찾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는 이유다.
현재는 코로나19 상황으로 중국 현지에서 황동하기가 쉽지 않지만 정 수석부회장이 앞서 폴크스바겐의 상황처럼 급변하는 전기차시장의 변화를 마냥 지켜보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배터리 수급 문제 등을 따졌을 때 결국 중국 합작회사 설립을 검토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수석부회장이 당장 현지 협력자를 구하기보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통한 전기차 양산을 본격화해 전기차 제품에 대한 경쟁력을 충분히 확보한 뒤 중국에서 협력자를 찾는 방안을 검토할 수도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 전기차 전용 플랫폼에서 생산하는 첫 번째 모델에는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를, 2022년 생산하는 2개 전기차 중 1개 모델에는 LG화학의 배터리를 채용하기로 해 당장의 걱정은 덜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당장 중국 현지기업과 손잡기는 쉽지 않다"며 "우선 중국에 전기차 신형모델을 꾸준히 내놓는 방식으로 판매량을 늘려가며 전략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