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효 기자 kjihyo@businesspost.co.kr2020-05-28 16: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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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력원자력이 가동을 중단한 한빛원자력발전소 3호기와 4호기의 점검을 진행하고 있지만 안전성을 두고 지역사회의 불안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한수원은 점검을 마친 뒤 한빛원전 3호기와 4호기를 재가동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지역사회 반발이 강해 원전을 재가동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28일 한수원에 따르면 전라남도 영광군에 있는 한빛원전 3호기의 계획예방정비기간이 애초 잡았던 일정보다 길어지고 있다.
한수원 홈페이지의 ‘열린 원전 운영정보’를 보면 한빛원전 3호기의 정비기간은 8월28일까지다.
하지만 한빛원전 3호기의 정비기간은 앞서 연장된 계획보다도 3개월 더 늘었다.
한수원은 2월 한빛원전 3호기의 정비기간을 애초 2월25일에서 5월31일로, 한빛원전 4호기는 2월29일에서 9월30일로 각각 3개월, 7개월 연장하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한빛원전의 정비기간이 계획보다 길어지는 것을 두고 지역 환경단체는 한빛원전의 안전성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바라본다.
김종필 광주환경운동연합 국장은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통상 원전의 계획예방정비기간이 40일에서 45일 정도 걸리는데 한빛원전은 정비가 계속 길어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예상보다 큰 문제점이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총 원전 정비기간이 1천 일 안팎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원전 설비에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빛원전 3호기는 2018년 5월11일, 4호기는 2017년 5월18일 정비가 시작됐다.
한수원이 계획한대로 3호기 8월28일, 4호기 9월30일까지 정비를 마친다면 두 호기의 정비일수는 각각 840일, 1231일을 기록하게 된다.
현재 국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원전 24기 가운데 정비기간이 가장 긴 것이다.
더군다나 한수원이 정비를 마친 뒤 한빛원전 3, 4호기를 재가동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어 한빛원전의 안전성을 두고 주민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광주환경운동연합과 지역 주민들이 참여해 운영하고 있는 '핵 없는 세상을 준비하는 한빛 핵발전소 1·3·4호기 폐쇄를 위한 광주비상회의'는 최근 한빛원전 4호기 가동중지 3년을 맞아 성명서를 내고 “오래 전부터 지역주민들은 격납건물 철판부식, 공극 등 문제의 정확한 원인과 책임 규명을 요구해 왔다”며 “하지만 오히려 한수원은 이러한 주민들의 요구는 깡그리 무시한 채 오히려 재가동을 위한 방법을 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한수원이 한빛원전 3·4호기를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안전점검이 재가동을 위한 ‘명분 쌓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원전 감시기구인 ‘한빛원자력발전소 민간환경안전감시위원회’는 한빛원전 외벽에 구멍이 있다는 점을 2017년 공식발표하기 이전부터 이 사실을 한수원이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은폐했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한빛원전을 두고 지역주민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자 지역의회도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한빛원전에 인접해 있는 지역인 전라북도 고창군의회는 3월 회의를 열고 한수원에 성의있고 책임 있는 대책을 세울 것을 요구했다.
한수원은 정비기간이 길어지는 것을 두고 심각한 문제는 아니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계획예방정비 기간이 애초 잡은 일정보다 길어지는 건 비일비재한 일”이라며 “추가 보수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비를 마친 뒤 한빛원전을 재가동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는 있지만 시기를 특정하기는 어렵다”며 “설비 보완 등을 충분히 마치고 지역 주민들과 갈등을 해소한 뒤 원전을 재가동할 것이며 지역사회와 문제 해결을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빛원전 3호기와 4호기의 콘크리트 격납건물에서 2017년 이후 2019년 7월까지 각각 124개, 140개 등 모두 264개에 이르는 구멍(공극)이 발견됐다.
전국에 위치한 핵발전소에서 발견된 구멍의 90% 이상이 한빛원전 3호기와 4호기에서 확인된 것이다.
아울러 3월에는 한빛원전 3, 4호기의 격납건물 외벽에 철근이 노출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3호기에선 철근 노출 지점이 184개로 파악됐고, 4호기는 아직 조사 중이다.
원자력발전소의 격납건물은 콘크리트 외벽과 강철구조의 내벽부로 이뤄졌다. 원자로를 충격으로부터 보호하고 방사선이 외부로 누출되는 것을 막아줘 '최후의 방어수단'으로 여겨진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