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용성 중앙대학교 이사장 |
중앙대가 고려대, 서울대, 연세대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좋은 일로 그렇게 된 게 아니다. 대학이 변질됐다며 대학운영을 비판하며 자퇴를 선언한 학생이 나왔기 때문이다. 고려대는 2010년, 서울대와 연세대는 2011년 이런 자퇴생을 배출했다. 이들은 변질된 대학의 가치를 비판하며 스스로 학교를 등졌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나 중앙대 철학과 대학생 김창인씨가 “대학에 더 이상 정의는 없다”며 자퇴선언을 했다.
김씨는 지난 7일 오후 중앙대 영신관 앞에서 자퇴선언문을 낭독했다. 김씨는 자퇴선언에서 대학을 경영하는 두산재단과 박용성 이사장을 비판했다. 김씨는 “나는 두산대학 1세대”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두산그룹이 중앙대를 인수한 다음해인 2009년 중앙대에 입학했다.
김씨는 “‘사람이 미래다’라는 두산기업의 말처럼 내 자신의 미래를 만들어 가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두산재단과 함께 한 대학생활은 녹록치 않았다”고 돌이켰다. 김씨는 “박용성 이사장은 대학이 교육이 아닌 산업이라고 말했다”며 “불과 5년만에 그의 말은 실현되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기업을 등에 업은 대학은 괴물”이라고 비판했다.
김씨는 2010년 중앙대의 구조조정에 항의해 한강대교 위에서 시위를 벌였다. 중앙대는 당시 단과대학을 18개에서 10개로 줄이고 학과를 77개에서 46개로 줄이는 통폐합을 실시했다. 김씨는 이후 학교로부터 3차례 징계를 받았다. 또 장학금도 환수되고 학생회장 피선거권도 박탈당했다.
김씨는 “대학을 바꿀 수 있다고 믿었다”며 “순진하게도 그것이 가능하다고 믿었다”고 아쉬워 했다. 그는 “대학에 더 이상 정의는 없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이 대학에서 배운 것은 정의를 꿈꿀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자퇴가 “마지막 저항”이라며 “대학을 복원하기 위해 모두에게 지금보다 한걸음씩의 용기를 요구하는 재촉"이라고 주장했다.
두산그룹이 중앙대를 인수하고 박용성 이사장이 취임하면서 중앙대는 기업식 경영을 도입했다. 박 이사장은 총장 직선제를 폐지하고 교수 연봉제를 도입하는 등 마치 기업경영을 하듯 중앙대를 이끌었다. 이 과정에서 취업률이 낮은 학과를 통폐합하며 마찰을 빚기도 했다. 그러나 박 이사장은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야 판매가 되듯 대학도 사회가 원하는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며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 이사장은 취임 전에도 “이제 (대학이) 직업교육소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취임 후 인터뷰에서 “솔직히 말하면 자본주의 논리가 어딜 가나 통한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며 기업식 경영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박 이사장의 기업식 경영에 교수들도 반대 목소리를 냈다. 지난해 9월 교수 210명이 박 이사장의 대학운영에 반발하고 나섰다. 송수영 교수협 회장은 “대학이 합리적 설명없이 정책을 일방적으로 결정해 통보하고 있다”며 박 이사장의 대학운영을 비판했다.
김씨는 이날 “대학은 기업이 아니고 나 또한 상품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의 마지막 외침을 담은 대자보는 학교측에 의해 하루만에 철거됐다. 떼어진 대자보에는 “학교에서 지시한 것”이란 문구가 선명하게 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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