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가 해외에서 공동으로 현지 금융회사 인수합병이나 지분투자 등을 추진할 때 서로 경쟁을 피할 수 있고 금전적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26일 신한금융 관계자에 따르면 상반기 안에 신한금융과 하나금융 실무진이 참여해 글로벌 협력 가능성을 검토하는 협업체가 출범한다.
조용병 회장과 김정태 회장이 25일 신한금융과 하나금융 해외사업 상호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은 만큼 실제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기 위한 목적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국내 금융권에서 글로벌사업 1, 2위 기업으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며 "두 회사의 장점을 살려 서로 협업을 통한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의 협력은 당초 은행계열사인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을 중심으로 검토돼 왔다.
신한은행 일본법인 지점장 및 대표를 오래 맡았던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하나은행 중화권 사업을 주로 담당했던 지성규 하나은행장과 글로벌 역량과 경험을 살릴 협력 방안을 꾸준히 논의했다.
하지만 조 회장과 김 회장은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이 글로벌 분야에서 더 폭넓은 협력을 통해 좋은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하고 광범위한 그룹 차원 시너지 구축을 목표로 뒀다.
신한금융은 신한은행과 신한카드 등 계열사가 베트남 등 동남아지역과 일본에서 현지법인을 통해 장기간 사업기반을 갖춰내고 키워온 현지화 역량을 해외사업에 장점으로 앞세우고 있다.
신한은행은 베트남에 진출한 지 20여 년, 일본에 지점을 개설한 지는 30년이 넘었기 때문에 현지에서 탄탄한 개인 및 기업고객 기반을 갖추고 있고 해외사업 노하우도 충분하다.
신한카드와 신한금융투자 등 계열사도 신한은행 영업망을 활용해 해외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국책은행이던 외환은행을 2015년 하나은행과 합병한 만큼 외환은행이 갖추고 있던 강력한 해외 네트워크를 모두 끌어안게 됐다는 강점을 앞세우고 있다.
김 회장은 외환은행 합병 뒤 오랜 기간에 걸쳐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해외법인 통폐합 등 체질 개선작업을 거쳤고 마침내 본격적으로 해외시장 진출 확대를 노리는 단계에 와 있었다.
하나은행은 2019년 4월 기준으로 전 세계 24개 국가에 지점과 법인 등을 포함해 모두 180곳의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어 신한은행보다 앞선다.
하나금융그룹은 현지화 노하우가 필요했고 신한금융그룹은 베트남과 일본 외 지역으로 단기간에 진출 확대를 노리고 있던 만큼 두 금융회사의 상황이 잘 맞아떨어진 셈이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해 해외에서 전체 연간 순이익의 약 12%에 해당하는 3797억 원을 벌어들였고 하나금융지주도 2천억 원 중반대의 순이익을 해외에서 거두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해외 순이익 규모로 따지면 KB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를 넘고 국내 금융권 1, 2위로 앞서 있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모두 동남아와 동아시아지역을 중심으로 진출을 확대하며 인수합병과 지분 투자, 해외 프로젝트 참여 등 기회를 노리고 있었기 때문에 최대 경쟁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경쟁 과열로 인수합병이나 투자 협의 과정에서 가격 부담이 커지는 등 단점이 있었다.
조 회장과 김 회장이 이런 상황을 고려해 과감하게 두 금융그룹 사이 협력을 결정하면서 경쟁자가 아닌 동반자로 해외시장에서 함께 경쟁력을 높이자는 공동의 목표를 세운 것으로 분석된다.
앞으로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이 해외기업을 공동으로 인수하거나 지분을 나눠 사들이는 사례가 늘어날 공산이 크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금융회사들에 무리한 외형 성장을 자제하라는 권고를 내놓은 만큼 두 회사 모두 인수합병과 투자에 들이는 금전적 부담도 줄일 수 있어 긍정적이다.
코로나19 사태 경제위기와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금융회사들이 국내에서 성장 기회를 찾는 일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각자 해외에서 뚜렷한 강점을 갖추고 있고 사업 확대 의지도 뚜렷한 만큼 협력 효과로 경쟁력을 더욱 높이며 글로벌 영역 확장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우선 은행계열사 중심 협업 방안을 찾고 카드와 증권업 분야로 영역을 넓힐 것"이라며 "아직 구체적 사업 추진은 논의 전 단계지만 협업을 통해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더 높이고 리스크도 분산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