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D램 생산거점인 중국 우시 공장의 미세공정 전환이 미국의 화웨이 제재를 계기로 한 미국과 중국 갈등 심화에 영향을 받게 될까?
20일 반도체업계는 미국이 중국 통신장비 기업 화웨이에 미국 기술이 적용된 반도체 수출을 제한하기로 하면서 극자외선(EUV) 장비 조달 역시 현안으로 떠오르고있다.
극자외선 노광장비는 반도체 초미세공정에 반드시 필요한 장비다.
현재 삼성전자와 TSMC 등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들이 극자외선 공정으로 시스템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다.
조만간 메모리반도체인 D램 양산에도 극자외선이 도입돼 장비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된다.
극자외선 장비는 네덜란드 회사 ASML이 독점 공급한다. 여기에는 ASML이 미국 기업 싸이머를 인수해 확보한 광원 핵심기술이 사용되고 있어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미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네덜란드 정부에 압력을 넣어 ASML이 중국 파운드리업체 SMIC에 극자외선 장비를 공급하는 일을 저지하기도 했다.
이번 미국 제재의 대상과 범위는 아직 구체적이지 않다.
화웨이를 직접적으로 겨냥하고 있기는 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기에 중국 반도체업계 전반으로 극자외선 장비 조달이 막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제는 중국에 공장을 두고 있는 SK하이닉스다. SK하이닉스는 2006년부터 중국 우시 C2공장에서 주력제품인 D램을 생산해 왔고 2019년 C2F공장을 추가로 준공했다.
우시 공장은 기존에 20나노급 제품을 주로 생산해 왔는데 C2F 공장은 1세대 10나노급(1x) 제품을 생산한다. 국내 공장과 미세공정 기술 격차가 1년여 존재하기는 하지만 D램 주력기지인 만큼 향후 극자외선 공정 도입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SK하이닉스는 4월 초 우시 공장의 미세공정 전환투자를 지원하기 위해 중국 법인에 3조3천억 원을 대여하기로 결정했다. 극자외선 장비가 대당 1500억 원 이상의 고가인 점을 고려한 적극적 투자로 파악된다.
SK하이닉스는 2021년 상반기 4세대 10나노급(1a) 제품을 시작으로 극자외선 공정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우시 공장의 극자외선 장비 도입이 어려워지면 미세공정 전환 전략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 우시 공장에서 향후 극자외선 장비 조달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여의치 않을 경우 낸드나 파운드리로 연계해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그러나 우시 공장이 SK하이닉스 D램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낸드나 파운드리로 돌리는 방안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시공장은 SK하이닉스 전체 D램 생산량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중국 공장으로 극자외선 장비를 도입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남아 있다.
하지만 SK하이닉스는 단기적으로도 미국 정부의 화웨이 제재에 따른 충격을 상대적으로 크게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SK하이닉스 매출에서 화웨이가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화웨이가 미국 정부의 제재로 실적이 둔화하면 SK하이닉스 역시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SK하이닉스의 화웨이 매출 비중은 13.7%로 삼성전자(1.4%), 마이크론(12.0%)보다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지역 매출은 1분기 기준 3조1700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44%를 차지한다. 미국(2조5300억 원), 유럽(2900억 원) 매출을 합해도 중국 매출에 미치지 못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