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옥동 신한은행장이 신한은행 베트남 법인에 기대를 걸고 있다. 코로나19 경제위기에 따른 신한은행 실적 타격을 만회해야 하는데 베트남 법인은 꾸준한 외형 성장과 수익 개선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경제위기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베트남에서 현지 고객기반과 영업망을 안정적으로 구축하는 일은 더욱 절실하다.
18일 신한은행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베트남 현지법인 신한베트남은행은 1분기 영업수익 1092억 원, 순이익 288억 원을 냈다. 지난해 1분기보다 영업수익은 약 38%, 순이익은 9% 늘었다.
신한베트남은행은 지난해 사상 최고 실적을 낸 데 이어 올해도 꾸준한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을 이뤄내고 있다.
신한은행은 1분기에 미국 법인이 계속 적자를 내고 캐나다 법인의 순이익도 대폭 줄어드는 등 부진했다.
그러나 신한베트남은행 순이익이 신한은행 해외법인 전체 순이익의 절반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면서 해외사업 성장을 견인했다.
신한은행은 그동안 베트남에 진출한 삼성전자 등 한국기업의 금융자본 수요에 대응하며 영업활동에 힘쓴 결과 베트남 외국계은행 1위로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 한국 정부의 신남방정책 추진으로 베트남에 진출하는 기업이 늘어나며 영업이 더욱 활발해졌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뒤 베트남에서 한국인 입국을 제한하는 등 조치를 내리며 한국기업의 베트남 진출이 어려워지거나 양국 무역관계가 경색될 수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한국기업이 베트남 진출과 현지 영업에 차질을 빚는다면 신한은행 해외사업도 부정적 영향이 커진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가 베트남 법인 실적에 미칠 영향은 2분기부터 지켜봐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정부는 최근 한국 기업인의 대규모 입국을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무역활동을 재개했다.
하지만 아직 입국이나 교역이 전면적으로 개방되지 않았고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종식될 지 예측하기도 어려운 만큼 신한은행 베트남사업과 관련한 불확실성을 안고 있다.
진옥동 행장은 이런 상황에 대응해 베트남에서 한국기업에 의존을 낮추고 현지인과 현지기업을 대상으로 안정적 영업기반을 구축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신한은행이 베트남에서 고객 확보와 상품 판매에 현지은행과 맞설 수 있는 경쟁력과 입지를 갖춰낼 수 있도록 영업망을 확대하고 인지도를 높여야 하는 것이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신한은행이 베트남에서 외국계로는 1위지만 현지은행과 비교하면 한국에서 중상위권 저축은행과 비슷한 수준의 입지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진 행장은 베트남에서 신한은행 영업점을 빠르게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외국은행이 현지 영업점을 개설하려면 베트남 당국의 허가가 필요하기 때문에 제약이 크다.
진 행장은 이런 상황에 대응해 신한은행의 모바일 플랫폼 등 디지털 경쟁력을 활용한 비대면서비스를 키워 베트남시장에서 승부를 노리고 있다.
신한은행은 베트남 금융당국과 협력해 모바일 비대면 금융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는데 이르면 상반기 안에 베트남 고객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신한은행이 베트남에서 승인을 받으면 인터넷전문은행처럼 비대면으로 계좌를 개설하고 금융상품을 거래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영업망 부족의 약점을 극복할 수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금융 분야에서 비대면서비스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베트남 법인에서 아직 한국 기업고객 비중이 큰 편이지만 현지화를 강화하고 메이저 핀테크업체와 협업, 펀트 수탁시장 진출 등으로 수익기반을 다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 행장은 지난해 취임한 뒤부터 글로벌과 디지털을 신한은행 핵심 성장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다.
신한은행이 디지털 비대면영업을 통해 베트남에서 현지 고객기반 강화에 성과를 낸다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리스크를 극복하는 동시에 이런 목표를 달성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진 행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베트남 등 경쟁력 있는 지역에서 초격차를 이후기 위해 현지고객의 수요를 핵심으로 두고 강력한 성장전략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