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21대 국회에서 정의당의 존재감을 확보할 수 있을까?
4.15 총선 결과 심 대표 '원톱'체제의 한계성이 확인된 만큼 정의당은 ‘스타 정치인’이었던 고 노회찬 전 의원을 대신해 심 대표와 함께 정의당을 이끌어 갈 스타급 파트너를 만들어 내는 일이 시급해 보인다.
13일 정치권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21대 국회에서 정의당이 존재감을 드러내기 쉽지 않은 상황에 놓엿다.
원내의석이 6석에 불과하다는 점도 문제지만 민주당이 단독으로 국회 운영을 주도할 수 있다는 현실은 더 큰 문제다. 정의당의 힘을 빌릴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20대 국회에서는 민주당이 123석으로 1당에 올랐지만 통합당과 불과 1석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공직선거법 개정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법안 처리에 정의당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했다.
특히 20대 국회 막판 '4+1' 협의체에서 6석을 지닌 정의당 존재감은 무척 컸다.
정의당은 21대 국회에서도 20대 국회와 동일한 6석을 확보했지만 20대 국회와 동일한 대접을 받기 어려운 처지가 됐다.
게다가 민주당이 미래통합당의 비례정당에 대응해 비례연합정당을 만드는 과정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정의당의 거리는 상당히 멀어졌다. 이에 비례정당 투표에서 정의당을 지지했던 민주당 지지자들도 줄었다.
2018년 민주평화당과 함께 공동원내교섭단체인 '평화와 정의의 의원 모임'을 꾸려 영향력을 확보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럴 대상조차 없다.
미래한국당과 더불어시민당을 제외하면 정의당 6석, 국민의당 3석, 열린민주당 3석, 무소속 의원 5석인데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이들이 모두 모인다고 해도 교섭단체 구성요건인 20석에 못 미친다.
무상급식이나 최고임금제(정재계 고위직 임금상한제)처럼 정의당만이 내걸 수 있는 이슈를 앞세워 국민들의 눈길을 끌기에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당분간 코로나19 사태 극복이 정국을 이끌 수밖에 없고 그와 관련한 주도권은 청와대와 거대 여당에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심 대표가 21대 국회 초반 노회찬 전 의원과 같은 스타 정치인을 만들어 내는 게 최우선 과제로 본다.
심 대표가 그와 새로운 '투톱'을 이루거나 새 인물을 뒷받침한다면 배진교 당선인이 12일 원내대표 수락연설에서 밝힌 것처럼 '21대 국회의 방향타'로서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심 대표는 국회의원 당선인 5명을 포함해 당 안팎의 인재풀을 총동원해 정의당의 간판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스타'가 등장하면 다시 지도부를 꾸릴 수도 있다.
지금 당의 체제로 2년 앞으로 다가온 대선을 치르는 것은 정의당에게 재앙이 될 수도 있다는 공감대는 당 내부에서도 형성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의당은 21대 총선을 심 대표 '원톱' 체제로 치렀지만 결과는 6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이는 올해 초 의석 수 전망과는 판이한 결과다.
정의당은 20대 국회 막판에 더불어민주당과 ‘4+1 협의체’를 구성해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법안 등 개혁 입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에 기여하면서 존재감을 높인 데 더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의석을 크게 늘릴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심 대표는 이런 정치적 성과를 바탕으로 21대 총선에서 20석 이상을 확보해 진보정당 최초의 단독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목표로 내걸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는 초라했다. 물론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정의당의 총선 성적표는 미래통합당과 민주당이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을 만든 탓이 크다.
하지만 정의당의 초라한 성적에는 ‘스타 정치인’의 부재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총선 압승을 거둔 민주당에는 이해찬 대표를 중심으로 이낙연 전 국무총리,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 등 당을 앞뒤에서 끌고 당겨줄 ‘스타 플레이어’들이 즐비했다.
통합당도 홍준표, 유승민, 원희룡 등 국민의 주목도를 높일 정치인이 포진했고 열린민주당에도 최강욱 대표와 손혜원 의원, 정봉주 전 의원 등이 유권자의 이목을 끌었다.
심 대표는 비록 총선에서 살아 돌아왔지만 지역구에서 힘겨운 싸움을 벌이면서 윤소하 전 원내대표, 이정미 전 대표, 여영국 전 의원 등 지역구에 출마했던 다른 현역의원들을 제대로 지원할 수도 없었다.
심 대표로서는 정의당의 ‘투톱’으로 활약했던 노회찬 전 의원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