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시와 경기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박 시장과 이 지사는 수도권의 대규모 지역사회 감염사태를 막기 위해 강력한 방역조치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박 시장은 집단감염 우려가 불거진 직후인 7일부터 서울시청에 신속대응반을 꾸려 대응에 나섰다. 9일에는 서울시내 클럽, 룸살롱 등 유흥시설의 집합금지 명령을 내렸다.
이튿날인 10일에는 이 지사가 경기도내 유흥업소에 2주 동안 집함금지 명령을 내렸다. 서울시내 유흥업소가 영업을 중단하면 이용객들이 경기도내 유흥업소로 몰리는 이른바 ‘풍선효과’를 막기 위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 지사는 코로나19 확진자들이 다녀간 업소를 중심에 둔 추적 범위를 넓히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개별 업소가 아닌 이태원과 강남구 논현동 ‘동 단위’의 방문 이력이 있는 경기도민에게는 코로나19 무료검진을 시행하기로 했다.
문제의 장소로 지목된 업소 방문이력을 구체적으로 따지는 게 아니라 해당 행정구역을 다녀온 사람들에게 폭넓게 검사를 시행해 업소 방문 사실을 감추려는 사람들의 불안심리를 다소 덜어 방역에 효과를 더 높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박 시장도 이 지사에 뒤질세라 11일 신분 노출을 꺼려 코로나19 추적에 협조하지 않는 사례를 막기 위해 익명검사를 시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기존 유흥업소뿐 아니라 ‘헌팅포차’ 등 유사 유흥업소를 대상으로 한 방역 관리도 강화했다.
박 시장과 이 지사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신속하면서도 강력한 조치를 내놓는 것은 서울과 경기에서 대량 감염사태가 발생하면 피해규모가 과거 대구의 대규모 감염사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약 2500만 명이 거주하는 서울과 경기는 전국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을 뿐 아니라 경제활동의 집중도도 매우 높다. 코로나19의 지역사회 감염이 발생하면 그 규모나 속도는 대구의 사례를 훨씬 뛰어넘을 가능성이 높다.
서울·경기에 금융기관과 주요기업의 본사, 각종 업무시설들이 밀집해 있는 점을 고려하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적 피해도 막대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가 겨우 진정국면으로 접어든 것 같다가 수도권에서 집단 감염사태로 번질 수 있는 상황이라 박 시장이나 이 지사도 당혹스러운 상황에 놓였다. 대규모 확산으로 다시 혼란이 벌어지면 두 지자체장도 실제 방역에 들인 노력과 상관없이 비난을 모면하기 어렵다.
하지만 코로나19 방역성과는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박 시장과 이 지사가 능력을 입증할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박 시장과 이 지사가 마치 경쟁을 하듯이 코로나19 대책을 잇달아 내놓는 것을 두고 대선주자 사이 경쟁으로 보는 시선도 나온다.
여당과 야당이 치열하게 대립하며 격론이 오가는 국회의원들과 달리 지방자치단체장들에게 이목이 집중되는 사례는 흔치 않다.
역대 대통령들의 전력을 살펴봐도 지자체장 출신은 서울시장을 지낸 이명박 전 대통령밖에 없다. 이 전 대통령은 서울시의 교통환승제도를 마련하고 청계천 복계 공사 등 굵직한 서울시 사업을 추진하며 전국적 관심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이미 이재명 지사는 코로나19 대응능력을 인정 받아 대선주자 지지율을 크게 끌어올린 경험이 있다.
이 지사는 2월 신천지발 코로나 집단감염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신천지에 강제 역학조사를 벌였다. 신천지 종교시설을 강제봉쇄하고 집회를 금지하는 긴급명령도 발표했다.
이런 신속하고 과감한 조치가 좋은 평가를 받으며 이 지사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에 이어 대선주자 선호도 2위에 올랐다.
박원순 시장도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여러 대책을 적극적으로 내놓았지만 이 지사의 더 과감한 조치에 묻혔다는 시선이 많다.
박 시장은 이번이 세 번째 임기로 3선까지로 제한된 지자체장 연임 규정상 2022년을 끝으로 서울시장에서 퇴임한다. 사실상 대선출마가 다음수순인데 적어도 지금까지는 지지율이 낮아 선두권 주자들과 경쟁이 쉽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박 시장이 이번 이태원 클럽에서 비롯된 코로나19 사태에 누구보다 발빠르게 대응하는 데는 대선주자로서 낮은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하는 절실한 사정이 배경에 깔려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박 시장은 서울시청에서 열린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이태원 클럽과 주점 등을 방문한 사람들의 신변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익명검사를 시행하겠다”며 "만약 이태원 클럽에 다녀갔는데 검사를 받지 않은 것이 나중에 밝혀지면 2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