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유상증자는 기존 주주에게 신주인수권을 주는 주주배정 형식과 연고관계가 있는 제3자에게 신주인수권을 주는 제3자 배정 형식, 신주를 널리 일반으로부터 모집하는 형식으로 이뤄진다.
대한항공은 유상증자를 실시할 것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구체적 내용은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유상증자의 구체적 규모나 형식은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며 “5월 중순 쯤 이사회를 열어 유상증자와 관련된 결정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항공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의 유상증자 규모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코로나19에 따른 재무적 어려움에 비춰볼 때 1조 원 정도의 대규모로 이뤄질 것으로 보고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을 채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대한항공의 지분을 29.96% 보유한 최대주주 한진칼은 약 3천억 원 가량의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하지만 한진칼은 2019년 기준으로 현금성 자산을 1412억 원만 확보한 것으로 파악된다.
따라서 항공업계에서는 지주회사인 한진칼도 유상증자를 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보고 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한진칼이 유상증자를 단행한다면 유상증자 방식은 제3자 배정 형식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며 “제3자 배정으로 진행하면 조원태 회장의 우호세력을 끌어들여 경영권 분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진칼 정관 8조에 따르면 자본제휴 등을 위해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30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주주 외의 제3자에게 신주를 발행해 배정할 경우 주주총회 특별결의가 아닌 이사회 결의만 거치면 된다.
따라서 올해 3월 한진칼 정기주주총회에서 승리해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는 조원태 회장으로서는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던 제3의 세력을 우호세력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된 것이다.
한진칼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하면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은 감소하게 되지만 조원태 회장의 우호세력이 새로 발행되는 주식을 얻게 될 경우 조원태 회장은 한진칼 경영권 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게 된다.
6일 기준으로 조원태 회장 우호지분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제외한 오너일가 및 특별관계자(22.45%)와 델타항공(14.9%), 대한항공 자가보험과 사우회(3.8%), GS칼텍스(0.25%) 등 총 41.4%로 추산된다.
반면 경영권 다툼의 상대방인 주주연합의 지분을 살펴보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6.49%를 들고 있고 KCGI가 19.36%를 쥐고 있으며 반도건설이 16.9%를 확보하고 있어 모두 42.75%로 파악된다.
한진칼은 현재 상장 주식 수인 5917만0458주를 기준으로 할 때 이사회 결의만으로 최대 1775만1137주를 새롭게 발행할 수 있다. 4일 종가 기준으로 최대 1조4680억 원의 자본을 새롭게 늘릴 수 있는 셈이다.
다만 한진칼 주가가 경영권 분쟁에 영향을 받아 3만원 후반에서 급격하게 올라 8만 원대로 형성된 것은 조원태 회장이 제3자 배정으로 한진칼 유상증자를 단행할 때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조원태 회장이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할 때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고 경영권 다툼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도록 한진칼 신주 발행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대한항공이 자구 노력의 일환으로 유상증자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발맞춰 한진칼이 제3자 배정 방식으로 유상증자를 단행한다면 조원태 회장으로서는 우호세력을 끌어들여 경영권 안정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