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금융지주와 신한금융, KB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 사이 순이익 격차가 1분기에 벌어졌다.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을 뒷받침했던 실적이 후퇴하면서 김 회장은 리스크 관리에 주력하는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5개 금융지주 가운데 NH농협금융지주의 1분기 실적 부진이 두드러진 것으로 파악된다.
NH농협금융지주는 1분기 순이익 3387억 원을 거뒀다. 2019년 1분기보다 21.7% 줄었다.
반면 하나금융지주 1분기 순이익은 6570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20.3% 증가했다. 신한금융지주 순이익은 9324억 원으로 1년 전보다 1.5% 늘어났다.
우리금융지주가 순이익 5182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8.9% 감소했지만 대손충당금 적립 등 일회성 요인을 제외하면 선방한 것으로 평가된다.
KB금융지주는 순이익 7295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감소폭이 13.7%로 다소 컸지만 KB국민은행의 순이익이 지난해 1분기보다 2.4% 증가한 점에서 NH농협금융지주와 달랐다.
NH농협금융지주의 핵심 계열사라 할 수 있는 NH농협은행의 순이익은 지난해 1분기보다 13.7% 줄었다.
NH농협금융지주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로 은행과 투자증권의 유가증권 및 외환·파생 부문 이익이 3614억 원 감소한 것이 실적 하락의 주요 요인”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유가증권 및 외환·파생 분야의 손실을 본 것은 다른 금융지주도 마찬가지지만 NH농협금융지주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셈이다.
이에 김 회장은 내실있는 비상경영을 추진해 코로나19에 따른 단기 경영충격을 최소화하고 실적 회복을 위한 핵심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위기 대응 및 지속가능 경영체계를 정비하는데 힘쓰고 있다.
경영 효율성 지표인 총영업이익 경비율(CIR)을 안정적 수준으로 관리하기 위해 인건비 등 판매관리비를 최소화하고 체질 개선 차원에서 리스크 비용을 반영한 자산과 부채의 재조정 방안을 마련하는 등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김 회장은 21일 열린 비상경영회의에서 “리스크 기반 경영관리와 효율적 비용집행을 통해 건전경영을 강화해야 한다”며 “코로나19 파급효과를 가늠하기 힘든 만큼 계열사별 장단기 비상계획을 강화해 건전성과 손실 흡수능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NH농협금융지주 임원후보 추천위원회에서 10일 김 회장의 연임 결정이 나왔던 배경으로 취임 이후 2년 연속으로 40%가 넘는 순이익 증가율이 가장 먼저 꼽힌다. 코로나19에 따른 올해 1분기 실적 부진은 김 회장에겐 더욱 뼈아플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4대 금융지주의 위상을 넘보던 김 회장으로선 더욱 아쉬운 상황일 수 있다.
NH농협금융지주가 지난해 거둔 순이익이 실질적으로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제일 뒤쳐지는 우리금융지주의 순이익을 넘어섰다고 볼 수도 있는데 올해 1분기에 다시 우리금융지주와의 순이익 격차가 2천억 원 가까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순이익 규모는 금융지주 사이 순위를 가를 때 가장 중요한 지표다.
농협법에 따라 농협의 고유목적사업인 농업·농촌 지원을 위해 NH농협금융지주의 계열사들이 농협중앙회에 납부하는 농업지원사업비를 제외하면 NH농협금융지주의 2019년 순이익 규모는 2조693억 원이다.
우리금융지주는 2019년 순이익 1조9041억 원을 냈다. 우리금융이 지주사로 전환하면서 회계처리 변경에 따라 발생한 순이익 감소분 1344억 원을 고려해도 2조380억 원에 그쳐 NH농협금융지주의 실질적 순이익이 우리금융지주 순이익보다 많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NH농협금융지주가 4대 금융지주와 총자산규모에선 비슷한 수준에 있지만 금융업 전반의 노하우에선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