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생명보험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삼성생명과 요양병원 암입원 보험금 지급을 요구하는 암환자 모임 사이 갈등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자 모임’의 회원들은 2년여 동안 삼성생명과 보험금 지급을 두고 갈등을 빚어오다 올해 1월14일부터는 삼성생명 본사 2층 고객센터를 점거해 현재까지 100일이 넘게 농성하고 있다.
암환자들의 요양병원 입원이 암의 직접적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것인지 또는 암의 치료를 직접 목적으로 하는 입원인지를 두고 삼성생명과 암환자 모임 사이 의견이 갈리는 것이 이번 논란의 핵심 쟁점이다.
삼성생명은 요양병원 입원이 수술, 항암, 방사선치료 등 ‘암의 치료를 위한 직접 목적으로 하는’ 또는 ‘암의 직접적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암을 직접적으로 치료하거나 암을 치료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입원일 때는 암 입원보험금을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환자모임은 계약 당시 약관에 요양병원 입원이 암 치료에 필수불가결한 것이 아니라는 사항이 없다는 점에서 보험금 지급이 당연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앞서 2018년 9월 분정조정위원회에서 말기암 환자의 입원, 집중 항암치료 중 입원, 암수술 직후 입원 등과 관련해 요양병원 입원비를 지급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요양병원 입원비 보험금 지급분쟁 이외에도 삼성생명은 소비자 권익 보호에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019년 하반기 기준 삼성생명의 보험금 부지급률은 업계평균 0.85건을 넘는 1.21건으로 집계됐다. 생명보험 빅3로 불리는 한화생명(1.12건), 교보생명(0.92건)보다 높다.
민원 비율도 높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삼성생명의 보유계약 10만 건당 환산민원 수는 10.68건으로 한화생명 8.18건, 교보생명 10.23건보다 높다. 생명보험 업계 평균은 8.49건이다.
소비자 권익 보호 측면에서 생명보험 업계 1위라는 삼성생명의 위상에 걸맞지 않다는 말이 나온다.
보험업황 위기에 따른 실적 악화를 해결하기 위해 조직을 추스르고 삼성생명을 이끌어가야 할 전영묵 사장으로서는 보험금 지급분쟁 서둘러 해결하지 못하면 평판하락 등으로 ‘손톱 밑 가시’가 될 수도 있다.
삼성생명은 전영묵 사장이 취임 한 올해 1월 이후 ‘선택입원군’을 제외한 모든 암 환자에게 항암기간 요양병원 입원비를 제공하고 있다.
선택입원군은 의학적으로 입원 필요성은 낮으나 일부 본인부담금을 내고 일정기간 입원하는 환자를 말한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암 치료를 위해 필수불가결하게 요양병원에 입원할 때에만 입원비를 지급한다는 원칙은 변함이 없지만 환자 상태를 유심히 살펴 ‘필수불가결한 상태’의 견해차를 줄이기 위해 힘쓰고 있다”며 “올해 초부터 요양병원 입원보험금 지급 범위를 늘려 보험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암보험 입원비 지급 개선안이 현재 분쟁중인 암보험 계약자들에게 소급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삼성생명은 제3자로 이뤄진 중재기구를 만들어 보험금 지급 기준을 정하자는 안을 환자모임 측에 제시한 바 있다.
2008년 삼성전자가 반도체·LCD 생산라인에서 근무하다가 백혈병, 암 등에 걸려 사망한 피해자들과의 문제 해결을 위해 ‘반도체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질환 발병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를 조직하고 피해 보상에 합의한 사례를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환자모임 측은 약관대로 받아야 할 보험금을 두고 협의해야 할 이유가 없다며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