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대표는 SK브로드밴드의 외형을 키운 데 이어 그룹 정보통신기술(ICT) 계열사들과 협업을 통한 맞춤형 서비스로 KT, LG헬로비전 등 유료방송시장 경쟁자들을 따라잡고 넷플릭스 등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OTT)기업들에 대항할 수 있는 차별화된 플랫폼을 갖추는 데 전력투구한다.
▲ 최진환 SK브로드밴드 대표이사.
29일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SK브로드밴드가 이번 합병으로 유료방송시장 점유율 순위를 뒤엎지는 못했지만 한 번에 가입자 기반을 크게 넓힌 것은 점유율 상승을 넘어서는 의미를 지닌다.
경쟁 사업자들과 점유율 차이를 좁히는 측면이 아니라 SK브로드밴드 자체의 사업적 전략과 목표 측면에서 이번 합병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단순 점유율로 따지면 SK브로드밴드는 티브로드를 품에 안고도 유료방송시장 점유율 순위가 3위에 머무른다.
여전히 KT·KT스카이라이프를 합친 KT그룹이 31.31%로 1위를 지키고 있고 LG유플러스·LG헬로비전이 24.72%,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가 24.03%다.
하지만 SK브로드밴드는 티브로드 인수합병으로 국내 유료방송시장에서 가입자의 9%가량을 단번에 얻었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가입자 수가 500만 명일 때와 800만 명일 때는 사업적 운신의 폭이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단 가입자 수가 늘어 더 많은 사람들이 SK브로드밴드를 사용하면 콘텐츠 외 광고를 비롯한 부가서비스 등을 활용한 새로운 수익모델을 창출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가입자 기반이 더 커지면 자체 콘텐츠 제작부분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는 시도도 해볼 수 있다.
콘텐츠 제작에 똑같은 비용을 투자해도 만든 콘텐츠를 풀 수 있는 자체 시장이 크면 투자비용을 회수하고 수익을 낼 수 있는 확률이 높아져 위험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지상파를 포함해 국내 미디어사업자 가운데 콘텐츠 제작사업에서 ‘넷플릭스’ 등과 같이 글로벌한 마케팅을 할 수 있을 정도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곳은 없다고 봐야 한다”며 “지금 시장환경에서는 인터넷TV 사업자들은 콘텐츠 전문기업이 잘 만든 걸러진 콘텐츠를 플랫폼에 넣는 게 성공비율이 높다”고 말했다.
이런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티브로드 인수합병은 최 대표가 궁극적으로 목표하고 있는 차별화된 콘텐츠 경쟁력까지 갖춘 미디어 플랫폼으로 도약을 위한 주춧돌을 마련하는 행보인 셈이다.
최 대표는 우선은 당장 시너지를 내고 SK브로드밴드의 경쟁력이 돼줄 수 있는 플랫폼 부분의 경쟁력 강화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 대표는 올해 시무식에서 “유료방송시장 재편이 마무리되면 빠른 시간 안에 미디어 플랫폼 1위 사업자가 돼야 한다”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 플랫폼의 본질이라고 하면 ‘미디어’부문인 콘텐츠와 ‘플랫폼’부문에서 서비스와 기능 영역이 있다.
SK브로드밴드는 모기업인 SK텔레콤을 비롯해 그룹 정보통신기술(ICT) 계열사들과 협업을 통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등 첨단기술을 활용한 차별화된 플랫폼 서비스와 기능을 장착할 계획을 세워뒀다.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도 올해 주주총회에서 계열사 사이 ‘초협력’을 강조했다. 영역과 경계를 초월한 전방위적 초협력을 지속해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정보통신 대표기업으로 가치를 극대화하자는 목표를 내놨다.
플랫폼의 경쟁력은 ‘넷플릭스’가 세계적으로 강력한 콘텐츠 사업자로 성장한 비결이기도 하다.
넷플릭스는 1997년 미국에서 주문형 비디오(VOD) 대여회사로 시작해 고객 개인의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정교하게 추천해주는 서비스로 미디어 생태계 강자로 가파른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각 고객의 취향에 따라 같은 영화나 드라마라도 이용자들의 화면에 각기 다른 포스터를 노출한다.
넷플릭스는 플랫폼의 맞춤형 서비스 기능에 힘입어 회원 수를 급격하게 불리고 이를 바탕으로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해 소비자들을 더욱 유인하는 선순환체계를 만들었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합병법인은 콘텐츠 강화를 중점에 두고 있다”면서도 “국내 유료방송시장에서 콘텐츠를 차별화하는 것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우선 고객들이 편리하게 각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플랫폼 사업자로 능력을 차별화하는 것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헤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