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비대시 이시흥사(以備待時 以時興事). 관포지교의 고사로 잘 알려진 중국 춘추시대 명재상 관중의 말로 준비를 갖추고 기다리다 때가 왔을 때 일을 성사한다는 뜻이다.
취임 100일을 맞는
경계현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이 품은 마음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 사장은 불확실한 시장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다가 업황이 반등할 때 빠르게 올라타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삼성전기는 28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수요 변동에 따른 불확실성에 대비할 수 있도록 시장 대응력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삼성전기는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2019년 4분기보다 늘어났다. 코로나19로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이 큰 폭으로 감소하고 주력제품인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가격이 여전히 약세인 점 등을 고려하면 선방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문제는 2분기다. 중국 등과 비교해 다소 늦게 코로나19가 퍼지기 시작한 북미와 유럽 등은 여전히 다수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경제활동도 제약을 받고 있다. 스마트폰과 전기차 수요 부진으로 적층세라믹콘덴서 사업이 반등하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기가 시장 대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도 여기에 있다. 삼성전기는 비교적 구체적 사업방침을 공유하면서 적극적 시장 대응을 예고했다.
적층세라믹콘덴서는 공장을 탄력적으로 운영해 공급을 조절하고 카메라모듈은 시장 회복이 빠른 중화권에 고성능 제품 판매를 늘려 매출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기판사업도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5G 등 고부가 패키지 기판 판매를 늘려간다는 방침을 정했다.
올해 시설투자 역시 계획했던 것보다 시점을 늦추고 수요를 고려해 효율적으로 집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런 유연한 사업전략에는
경계현 사장의 뜻이 담긴 것으로 파악된다. 경 사장은 최근 사내방송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시장상황에 따른 임기응변을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를 전쟁으로 생각하고 대응할 것을 강조하며 “전시에는 상황이 시사각각 바뀌는데 그때마다 전략도 다르게 수립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 사장은 3월 주주총회 때 코로나19와 관련해 “위기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코로나19 여파가 길어지고 있는 만큼 선언적 목표를 제시하기보다는 시장의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대처해 나가는 쪽으로 경영방침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경 사장은 코로나19 이후의 시장을 염두에 두고 대응을 강화하도록 지시했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언택트) 환경변화로 PC와 서버용 제품 수요가 늘고 5G 스마트폰 증가로 모바일용 제품 수요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그는 “코로나19로 재택근무 등 사회적 큰 변화가 새로운 표준(뉴 노멀)이 됐다”며 “우리도 다양한 시나리오를 수립해 상승국면(업턴)에 효과적으로 적응하도록 대응태세를 갖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삼성전기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자동차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사업 역시 코로나19가 가라앉은 뒤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기는 중국 톈진에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애초 하반기 가동이 예상됐으나 코로나19 사태로 마무리 공사가 중단되면서 가동시점이 늦춰지게 됐다.
경 사장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출신으로 1월 삼성그룹 정기인사를 통해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됐다. 이번 인사에서 그룹 전자 계열사 중 유일하게 대표이사로 승진해 발탁되면서 삼성전기에서 낼 성과에 시선이 몰리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