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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의 금호산업 매각, 홍기택 특혜논란 벗었나

이규연 기자 nuevacarta@businesspost.co.kr 2015-09-20 13: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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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은행의 금호산업 매각, 홍기택 특혜논란 벗었나  
▲ 홍기택 KDB산업은행 회장이 지난 1월2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2015 산업은행 신년기자간담회에서 금호산업의 향후 매각절차를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홍기택 KDB산업은행 회장이 마침내 금호산업 매각을 눈앞에 두고 있다.

홍 회장은 금호산업 매각을 통해 무엇을 얻었을까? 홍 회장은 산업은행에서 올해 팬오션(옛 STX팬오션)에 이어 금호산업까지 주인을 찾아주는 성과를 내게 됐다.

하지만 금호산업 매각과정에서 산업은행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여 리더십에 상처를 입었다.

무엇보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게 특혜를 줬다는 비판은 두고두고 부담이 될 수도 있다.

◆ 팬오션 이어 연내 매각 위해 속도

산업은행은 이번 금호산업 매각과정에서 ‘헐값매각’ 논란이 일지 않도록 하기 위해 매각가격 결정에 고심을 거듭했다.

산업은행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제시가격 7047억 원에 181억 원을 더한 가격 7228억 원을 제시했다.

산업은행은 지난 몇 년 동안 국내 인수합병시장에 나왔던 기업들의 경영권 프리미엄 평균 36.38%로 산정해 매각가격을 적용했다.

산업은행은 이를 통해 미래에셋 등 56개 채권금융기관의 동의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은 애초 1조 원 이상의 매각가격을 주장했다.

채권단은 인수합병된 기업들의 평균 경영권 프리미엄이 30~40%대인 점을 감안해 산업은행의 제시가격에 대부분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회계법인의 실사 가치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하는 방식으로 헐값매각 논란을 피하면서 2015년 안에 매각을 끝내려 했다”며 “금호산업 매각가격을 7228억 원으로 확정하는 데 미래에셋을 비롯한 채권단이 90% 이상 동의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올해 안에 금호산업 매각을 끝내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

산업은행은 박 회장에게 금호산업 매각이 2015년 안에 끝나지 않으면 위약금 5%를 받는 내용을 금호산업 주식매매계약서에 추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기택 회장은 금호산업 매각이 확정되면 팬오션(옛 STX팬오션)에 이어 구조조정을 맡았던 대기업 2곳을 연내에 매각해 주인을 찾아주는 성과를 거두게 된다.

  산업은행의 금호산업 매각, 홍기택 특혜논란 벗었나  
▲ 홍기택 KDB산업은행 회장이 17일 인천 송도 오크우드 프리미어인천호텔에서 열린 중소중견기업 CEO 현장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2015년 6월 팬오션을 하림그룹에 1조80억 원을 받고 매각했다. 팬오션이 2013년 6월 법정관리를 신청한 지 2년 만에 매각에 성공한 것이다.

산업은행은 2013년 초 STX그룹과 금융당국으로부터 팬오션을 인수하라는 요구를 받자 법정관리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대신 산업은행은 신규 운영자금 2천억 원을 지원하는 등 경영정상화를 도왔다.

금융권 관계자는 “팬오션은 2014년 1분기 흑자전환했으며 금호산업도 2013년과 2014년 연속으로 흑자를 기록했다”며 “특히 팬오션의 경우 산업은행이 자금지원 등 적극적 역할을 수행하면서 기업 정상화를 뒷받침해 빠른 매각을 이끌어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 산업은행의 리더십 흔들리다

홍 회장은 금호산업 매각과정에서 수많은 채권단을 잘 조율했다는 평가도 받지만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여 산업은행의 리더십이 흔들렸다는 지적도 받는다.

금융권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금호산업 매각가격을 확정했지만 그 과정에서 박삼구 회장과 채권단 양쪽 모두에게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였다”며 “경영권 프리미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양쪽에게 처음부터 제대로 제공했어야 했다”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금호산업 채권단의 실질적 대표다. 산업은행은 계열사 KDB대우증권과 KDB생명을 합쳐 금호산업 보유지분 8.97%로 단일 최대주주인 미래에셋(8.48%)보다 앞선다. 금호산업의 워크아웃 이후 유상증자, 감자, 박 회장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 약정도 모두 담당했다.

그러나 산업은행은 박 회장과 채권단의 매각협상이 평행선을 달리는 동안 소극적 자세로 일관했다.

산업은행은 회계법인이 금호산업을 실사한 결과를 내놓은 뒤 매각가격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연내 매각을 원하는 은행과 투자금 회수를 바라는 재무적투자자(FI) 사이에서 갈팡질팡했다.

산업은행이 결과적으로 5개월이나 매각협상을 진행했는 데도 손실을 최소화하는 데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은행이 결정한 금호산업의 매각가격 7228억 원은 금호산업 경영정상화에 투입한 1조 원보다 한참 모자란다. 채권단 전체가 지원한 자금은 약 3조 원에 이른다.

금융권 관계자는 “산업은행은 헐값매각 논란을 피하기 위해 가격협상 과정에서 침묵하다 결국 연내매각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며 “56곳의 채권단을 대표하는 입장이다 보니 불가피한 점도 있지만 좀더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한 점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 특혜논란에서 벗어날까

홍 회장으로서 금호산업 매각을 통해 산업은행이 박삼구 회장에게 특혜를 제공했다는 논란에서 벗어나가기를 가장 바랄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의 금호산업 매각, 홍기택 특혜논란 벗었나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산업은행이 금호산업의 매각가격을 박삼구 회장이 제시한 인수가격보다 올린 점도 채권단 설득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그동안 불거졌던 특혜논란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산업은행은 그동안 박 회장에게 특혜를 주고 있는 논란으로 곱지않은 시선을 받았다.

박 회장은 지난 3월 금호고속을 인수할 때 인수주체로 금호산업을 내세우려 시도했다. 산업은행은 처음에 별다른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가 뒤늦게 반대했다.

박 회장이 2013년 11월 금호산업 등기이사로 선임될 때에도 특혜시비에 휩싸였다. 박 회장이 금호산업의 워크아웃에 책임이 있는데도 경영에 다시 참여하도록 허용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STX그룹은 오너가 부실경영 문제로 법적 처벌까지 받았는데 박 회장은 경영일선에 복귀하는 중”이라며 “형평성 논란뿐 아니라 부실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경영자가 회사를 다시 되찾을 수 있도록 만든 것은 충분히 특혜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혜논란은 박 회장에게 금호산업의 우선매수청구권(경영권 지분 50%+1주)을 부여한 데서 사실상 출발한다.

산업은행은 2010년 2월 박 회장이 금호석유화학 보유지분을 팔아 금호타이어에 투입하는 조건으로 금호산업의 우선매수청구권을 부여했다.

반면 산업은행의 주도 아래 구조조정을 받았던 STX그룹과 동부그룹의 경우 우선매수청구권을 받지 못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박 회장은 대주주 감자 뒤 자발적으로 수천억 원대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고통을 분담하고 경영을 정상화하려는 의지를 보였기 때문에 우선매수청구권을 줬다”며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이나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과 경우가 다르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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