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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조 이상수체제의 대변신, 코로나19 위기에 고용을 중시하다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20-04-19 15:4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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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조 이상수체제의 대변신, 코로나19 위기에 고용을 중시하다
▲ 이상수 전국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지부장(왼쪽)이 1월10일 울산시 북구 문화회관에서 열린 출범식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현대차 노조)가 변하고 있다.

회사의 방침에 어깃장부터 놓았던 과거 모습에서 벗어나 경영위기를 돌파할 해법을 ‘합리적 수준’에서 먼저 제시하기도 한다.

이상수 현대차지부 지부장이 노조를 이끌면서 일어난 변화인데 한 치 앞을 내다보고 힘들어지는 경영환경을 감안해 ‘생존이 우선’이라는 인식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지부장은 앞으로도 미래차시대로의 패러다임 전환 등 자동차산업의 변화에 발맞춰 회사에 협조할 것은 협조하고 얻어낼 것은 얻어내자는 ‘실리전략’을 계속 추구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 현대차 노조 ‘생존이 우선’에 공감해 회사와 발 맞춰

19일 현대차 노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노사는 4월 말에 경영설명회를 열고 당면한 현안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1분기 노사협의회를 5월 초나 중순에 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노조는 20일부터 24일까지 기획실을 중심으로 각 위원회와 사업부별로 회사에 요구할 안건을 접수받아 확대운영위원회를 연 뒤 안건을 확정하기로 했다.

현대차 노사는 통상적으로 노사협의회에서 현장의 애로사항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다루지만 임금협상을 앞둔 1분기 노사협의회에서는 교섭 방향을 논의에 포함하기도 한다.

현대차 노조가 과거와 비교할 때 올해 매우 ‘전향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경영설명회와 노사협의회, 노조의 확대운영위원회에 현대차 안팎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노조는 17일 소식지를 통해 “코로나19 위기 극복의 해법 아이디어를 독일 금속산업 노사의 ‘위기협약 체결’에서 얻자”며 “노조가 임금인상을 자제하는 대신 사용자는 고용을 보장하고 정부가 노동자들의 임금 손실을 보전해주는 것이 포인트”라고 밝혔다.

독일 금속노조와 사용자단체가 올해 임금을 사실상 동결하기로 합의했다는 점을 고려해 현대차 노조도 이를 감안하고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노조는 앞서 생산방식의 변화를 꺼내기도 했다.

노조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라 공장별 생산 편차가 발생하는 것과 관련해 “고객의 기호에 따라 공장 생산량이 좌우되는 시스템에서 공장별 다차종 혼류생산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며 “합리적 배치전환 문제를 비롯해 생산 시스템을 정책적으로 고민하겠다”고 내부 소식지를 통해 밝혔다.

회사 인기 차종을 고객에게 빨리 인도하기 위해 확대 생산을 주문했음에도 공장별 노동강도 조절과 조합원 형평성 등을 고려하며 노조가 협상을 끌어왔던 전례와 비교하면 노조의 태도는 180도 바뀌었다.

현대차 노사는 단체협약에서 회사가 생산량을 조절하려면 노조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근무여건을 악화할 수 있는 요소를 차단하기 위한 장치지만 유연한 생산체제를 방해하는 부작용이 존재한 것도 사실이다.

노조는 코로나19 사태로 공장 가동이 원활하지 않았던 국면에서도 회사의 방침에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노조는 2월에는 “품질력을 바탕으로 한 생산성 만회에 적극적으로 나서자”며 “고객이 없으면 노조도, 회사도 존재할 수 없기에 노사 생존을 위한 노조의 호소에 조합원들이 결코 경직된 사고를 가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노조는 주문물량에 따라 다른 회사의 공장별 특근계획도 큰 틀에서 수용하고 있다.

1월 말만 해도 공장별 특근이 다르면 조합원들의 실질임금에 차이가 벌어진다며 특근을 전부 실시하지 않거나, 모두 실시하는 방안 둘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데서 크게 달라졌다.

◆ ‘중도·실리파’ 이상수가 이끈 변화의 바람

현대차 노조에 불고 있는 이런 변화의 바람은 새 노조 집행부가 출범한 뒤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현대차 노조는 2019년 12월 실시한 노조 집행부 선거에서 중도·실리 성향의 현장조직인 ‘현장노동자’ 출신의 이상수 후보를 새 지부장으로 뽑았다. 중도·실리 성향의 후보가 지부장으로 선출된 것은 2013년 이경훈 전 지부장 이후 6년 만이었다.

이 지부장은 무분별한 파업을 지양하겠다는 공약을 앞세워 당선됐다.

해마다 진행되는 임금과 단체협약 교섭에서 관습적으로 반복하던 파업을 경계하고 협상을 통해 실질적 성과를 얻어내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는데 ‘강대강’으로 대치했던 노사 관계가 변화할 것이라는 전망들이 나왔다.

실제로 이 지부장은 처음부터 ‘회사와 무의미한 대립’을 지양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지부장은 2019년 12월5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조합원들은 이제 ‘뻥파업’이나 ‘묻지마 투쟁’에 속지 않을뿐더러 속상해 한다”며 “소모적 파업과 투쟁을 지양하고 대화를 통한 노사관계 구축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 지부장은 과거와 같은 천편일률적 임금인상 투쟁방식이 수명을 다했을 뿐 아니라 올바른 노동운동 방향이 아니라고 여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꿈꾸는 노조의 새로운 지향점은 ‘사회적 조합주의’다.

이 지부장은 2월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노동운동을 하면서 위원장이 되면 경제적·전투적 조합주의를 넘어 사회적 조합주의를 하겠다고 다짐했다”며 “안정적 노사관계를 이루고 국민에게 사랑받고 지역주민에게 신뢰받는 노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1987년 노조가 처음 설립된 뒤 회사가 요구를 안 들어주면 생산라인을 세우는 ‘전투적 조합주의’에서 힘이 세지자 성과 분배를 요구한 ‘경제적 조합주의’로 발전했는데 이제는 사회 전체적 틀 안에서 노조의 역할을 고민하는 ‘사회적 조합주의’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성과분배를 요구하던 때) 모든 후보들이 성과금 몇백 퍼센트를 더 받아주겠다는 것을 공약으로 내세웠는데 이 과정에서 현대차와 부품협력사의 임금 격차가 심해졌다”며 “자기 배만 불리는 귀족 노조라는 나쁜 인상을 심어주고 사회적으로고 고립됐다”고 진단했다.

이 지부장은 새 노조의 키워드를 ‘변화를 통한 노사 윈윈’으로 정하며 회사의 요구에 따라 생산성을 높이는데 적극 협조하고 이를 통해 얻는 이익을 주주배당과 노동자 임금, 회사의 연구개발 투자에 3:3:4의 비율로 배분하는 방안 등 대안도 세워놓고 있다.

이 지부장은 실용노선을 표방하는 현장노동자회에서 노동운동을 하기 전에는 가장 강경한 노선을 지향하는 현장조직에서 활동했다.

하지만 강경파 조직이 정파운동에만 매몰되는 것을 보고 생각을 바꿨다고 한다.
현대차 노조 이상수체제의 대변신, 코로나19 위기에 고용을 중시하다
▲ 전국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조합원들이 2018년 5월28일 울산공장 본관 앞 광장에서 최저임금법 개정안 통과에 반발하는 민주노총의 총파업 지침에 따라 2시간 부분파업을 하고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 ‘자동차산업 대격변’에 커지는 고용불안 위기도 노조 변화에 한 몫

이상수 지부장이 현대차 노조의 변화를 이끄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자동차산업의 중심이 내연기관차에서 자율주행과 친환경차, 커넥티비티 등 첨단기술로 옮겨가는 흐름에서 노조 변화의 물꼬가 자연스럽게 터졌다는 시각도 있다.

이 지부장의 당선을 시대정신의 산물로 보는 것이다.

현대차 노사 고용안정위원회의 자문위원회는 2019년 10월 전기차 등 친환경차 비중 확대 전략이 예정대로 이뤄지면 2025년까지 기존 생산인력의 20~40%를 감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문위원회는 당시 “4차산업혁명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하면 노사가 공멸한다는 인식을 함께 해야 한다”며 “공동 운명체로 협력해 안정적이고 유연한 인력 운영 원칙을 확립해 고용안정과 경쟁력 향상을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사가 함께 생산성을 높여 제조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하며 “노사가 함께 미래 고용변화에 대한 정확한 실태 분석을 진행해 국내공장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협약을 맺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당시 노사의 고용안정위원회에서 이런 인식이 공유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노조 내부에서도 눈앞의 밥그릇만을 챙기는 데서 벗어나 중장기적 비전을 갖는 게 필요다하는 인식이 번진 것으로 전해진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 비교해 필요한 부품 개수가 40%가량 적다는 점에서 산술적으로 따져도 미래에는 현재 인력의 40% 가량이 불필요해진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을 로봇들이 대체하는 공장 자동화의 속도를 감안하면 나중에는 현재 인력의 최대 10분의 1만으로도 지금 수준의 생산량을 맞출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하면 파업을 통해 임금 인상을 얻어내는 것보다 고용을 약속받는 것이 더 나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이 지부장도 과거 인터뷰에서 “4차산업혁명시대의 기술 변화에 따른 고용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회사가 고용보장을 하면 노조도 인력 재배치와 이를 위한 기술교육을 받아들일 수 있다”며 고용안정에 방점을 찍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강력한 투쟁을 선호했던 50대 이상 조합원들의 비중이 점차 줄어들고 합리적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20~30대 조합원들의 비중이 높아진 것도 노조 변화의 요인으로 꼽힌다.

2018년 기준으로 현대차 노조 가입인원은 4만8천 명가량이다. 이 가운데 2만 명가량이 50대 이상 노동자들로 파악되는데 베이비부머 세대의 정년퇴직에 따라 앞으로 이 비중은 지속적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 노조 전임 지부장도 “사회적 고립 극복해야” 강조

이런 변화의 움직임은 지난 노조 집행부 시절에도 감지됐다.

하부영 전 지부장은 2019년 11월 한 세미나에서 “30년 동안 진행한 (정규직 중심의) ‘대공장 노동운동’은 임금과 복지 확대 등 내부 조합원만 바라보는 속성으로 나타났다”며 “우리만 잘 먹고 잘 사는 임금 인상 중심의 투쟁은 옳지 않으며 우리가 사회적 고립을 극복하지 못한 채 세상을 바꾸자고 하는 것은 사기에 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노조 조합원의 처우만 개선하려고 하다 보니 자동차산업의 변화와 사회 양극화 문제에 재빠르게 대응하지 못했음을 고백한 것이다.

하 전 지부장의 인식은 이상수 지부장이 강조했던 내용들과 맥이 닿아 있다.

그는 “다음 집행부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도 과연 지금 가는 방향이 맞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할 것”이라며 “임근 인상 투쟁의 방향이 옳은 것인지 생각해 달라”고 말했다. 하 전 지부장은 실제로 지난 집행부 선거때 각 후보자의 선거대책본부를 찾아다니면서 이런 점을 강조했다고 한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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