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D램 생산라인에 극자외선(EUV) 공정 도입을 추진한다.
이에 극자외선 공정에 필수인 장비를 확보하는 데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19일 SK하이닉스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SK하이닉스는 2021년부터 D램 생산에 극자외선 공정을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극자외선 공정이 적용된 D램은 SK하이닉스가 경기도 이천캠퍼스에 건설하는 새로운 생산라인 ‘M16’에서 만들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M16은 극자외선 공정용 공간을 따로 갖춰 2020년 하반기에 완공될 것으로 예정됐다.
SK하이닉스가 이처럼 새 공정을 준비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극자외선 공정용 장비를 확보하는 일이다.
극자외선 공정은 실리콘 웨이퍼에 반도체 회로를 새기는 노광 공정에서 기존 광원인 불화아르곤레이저 대신 극자외선을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더욱 미세한 회로를 그려 반도체 성능 개선에 기여한다.
그동안 시스템반도체를 생산하는 데 주로 사용됐지만 최근에는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D램 등 메모리반도체 분야에도 도입되고 있다.
이 극자외선 공정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네덜란드기업 ASML이 독점적으로 생산하는 전용 장비가 반드시 필요하다. 문제는 SK하이닉스 이외에도 극자외선 장비를 요구하는 경쟁자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그동안 ASML의 극자외선 장비는 사실상 삼성전자와 대만 TSMC가 독점해 왔다. 이들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극자외선 장비를 사용한다.
삼성전자와 TSMC의 극자외선 장비 주문량은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두 기업이 파운드리 분야에서 누가 더 작고 성능 좋은 반도체를 만드느냐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보다 앞서 D램 생산라인에 극자외선 공정을 적용하기 시작한 만큼 더 많은 장비를 필요로 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글로벌 반도체 대기업 인텔도 극자외선 공정을 준비하고 있다. 인텔은 빠르면 2021년, 늦어도 2022년 극자외선 공정을 도입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인텔은 반도체 매출로 2019년 세계 1위를 차지했을 만큼 반도체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 않다. 장차 SK하이닉스가 극자외선 장비를 도입하는 데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를 가능성이 존재하는 셈이다.
이처럼 기업들의 극자외선 장비 확보 경쟁이 갈수록 심해지는 반면 ASML의 장비 생산량은 한정돼 있다. ASML이 2019년에 출하한 극자외선 장비는 26대에 불과하다.
ASML은 2020년에는 35대, 2021년에는 50대로 극자외선 장비 생산량을 늘리기로 했다. 글로벌 반도체산업에서 극자외선 공정의 비중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늘어나는 생산량도 기업들의 수요를 충족하기에 충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SK하이닉스는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극자외선 장비를 확보하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M16 생산라인에서 2021년 1월로 예정된 장비 입고를 올해 안으로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D램시장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2018년 12월 M16 기공식에서 "M16은 또 다른 도약을 알리는 출발선"이라며 "세계 최초, 최첨단 인프라에 걸맞은 혁신과 기술로 새로운 미래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