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더불어민주당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총선 투표 다음날 야인으로 돌아가겠다고 내놓은 입장문에 인용된 이형기 시인이 쓴 ‘낙화’의 한 구절이다.
▲ 더불어민주당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연합뉴스>
17일 정치권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민주당의 4·15총선 승리의 일등공신으로 양 원장이 꼽힌다.
양 원장은 2017년 대선을 승리로 이끌고 미국, 뉴질랜드 등 외국에 머물며 야인생활을 하다가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요청으로 2019년 5월 민주연구원장을 맡아 대승을 이끌었다. 민주연구원은 더불어민주당 산하의 정책연구소다.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의 압승 비결로는 ‘민주당 원팀’을 내세워 당 안팎의 역량을 한데 모으고 빅데이터와 IT기술을 활용해 공천부터 선거운동까지 치밀한 전략을 세운 점이 꼽히는 데 이를 양 원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 원장은 민주연구원장을 맡고 나서 여론조사 전문가인 이근형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을 민주연구원 부위원장으로 선임해 민심을 읽는 일에 집중했다. 지방자치단체장과 기업의 목소리에도 귀기울이며 눈높이 공약 마련에도 힘썼다.
양 원장은 민주연구원장을 맡은 직후인 2019년 6월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 김경수 경상남도지사 등 지방자치단체장을 만나 지역 공동정책개발에 나서는 동시에 당내 거물급 인사를 하나로 묶는 역할을 했다.
삼성·현대자통차·LG·SK 등 4대기업 산하 연구소를 포함해 국내 주요 민간 경제연구원 7곳과 ‘경청 간담회’를 개최해 선거공약에 담을 기업의 목소리를 경청했다.
양 원장은 21대 총선에서 선거 역사상 처음으로 빅데이터를 활용하고 2019년 11월부터 민주당 정책유튜브 채널 ‘의사소통TV’를 활용하는 등 IT시대에 걸맞은 선거운동에 앞장섰다.
통신회사와 독점계약을 맺고 확보한 지역구마다 성별과 연령별 유동인구의 동선 빅데이터를 분석해 코로나19로 선거운동과 방식이 제한된 여건 속에서도 선거운동이 효율적으로 이뤄질수 있도록 후보들에게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국민일보에 따르면 이수진 후보 측은 유세 차량 동선을 빅데이터에 맡기고 현수막을 다는 위치까지 빅데이터를 활용했고 노웅래 후보 측은 이런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지역공약까지 만들었다고 밝혔다.
양 원장은 의사소통TV를 통해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김부겸 의원,
김영춘 의원 등을 출연시켜 다음 대선주자들을 띄우며 지지층을 결집하는 데도 앞장섰다.
총선에 나서는 지역구 후보 개인의 정책역량을 부각하는 데도 힘을 쏟았다.
양 원장은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2일
고민정 , 이수진, 박성준 후보 사무실을 방문한 것을 시작으로 전국을 다니며 민주당 후보와 정책협약식을 체결해 후보의 핵심 지역발전 공약 개발 연구 및 정책추진에 민주연구원이 공동으로 협력하는 형태로 지원했다.
이밖에도 부정적 태도를 보이던 당내 지도부를 설득해 비례연합정당 구성에도 앞장서 더불어시민당이 17석을 확보하는 데도 기여했다.
선거운동을 주도하는 과정에서 비난도 받았다.
정봉주 전 의원과 손혜원 의원이 주도해 만든 열린민주당의 지지율이 급상승하자 양 원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정치를 하면서 탈당한 적이 없다"며 열린민주당 후보로 나서는 청와대 출신 인사들을 우회적으로 비난했다.
이 발언과 관련해 열린민주당 지지자들은 양 원장을 향한 비난을 쏟아냈다. 양 원장이 유시민 의원의 180석 발언을 놓고 "저의가 의심된다"고 비판하자 손혜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제 유시민 이사장까지? 많이 컸다
양정철 "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양 원장은 이호철 전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과 전해철 의원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을 가리키는 ‘3철’ 가운데 한 명으로 노무현 대통령 시절 대통령비서실 국내언론비서관과 홍보기획비서관을 역임했다.
양 원장은 2016년 히말라야 트레킹과 책 콘서트 기획 등을 통해 2012년 대선에서 패배한 문 대통령이 다시 대선 후보로 나설 수 있게 도왔다.
2016년 말 서울시 마포구 광흥창역 인근에 사무실을 내고 2017년 대선을 준비하는 ‘광흥창팀’을 조직해 문 대통령 당선에 기여했지만 비선실세 등의 오해를 받기 싫다며 외국으로 떠났다.
공성이불거(
功成以不居 : 노자에 나오는 말로 공을 이루고는 거기에 머물지 않는다는 뜻).
양 원장이 다시 야인으로 돌아갔지만 민주당 안팎에서는 그가 2022년 대선을 앞두고 돌아와 민주당 정권 재창출에 힘을 보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