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KB금융그룹과 금융권에 따르면 이른 시일 안에 KB금융지주와 푸르덴셜생명 직원이 포함된 실무협의회가 구성돼 인수 이후 조직 안정과 시너지 강화 등을 놓고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종착지는 푸르덴셜생명과 KB생명보험의 통합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시기는 미지수다.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KB금융지주가 가장 최근 인수한 KB증권(현대증권)의 경우 인수 이후 통합작업이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2016년 4월 이사회에서 인수 승인이 이뤄졌고 이듬해 1월 초 KB증권이 공식 출범했다.
당시 대규모 자본을 갖춘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증권업계 판도가 급변하면서 윤 회장이 통합에도 속도를 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번에도 윤 회장이 통합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점쳐진다.
초저금리시대가 열리고 대형 금융지주 계열 보험사들이 업계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가면서 보험업계가 ‘새 판 짜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2~3년이 보험사의 생존을 가를 ‘골든타임’이 될 것이란 관측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하루빨리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고 조직을 안정시켜 합병 시너지를 내야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윤 회장이 올해 11월 임기 만료를 맞는다는 점도 통합에 속도를 낼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준다.
윤 회장이 보험사 경쟁력 강화에 총력을 쏟을 것으로 보이면서 그동안과 달리 보험업에 정통한 외부 전문가를 영입할 수도 있다. 손해보험과 생명보험 모두 유례없는 업황 악화를 겪고 있는 만큼 내부 출신으로는 역부족이라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윤종규 회장이 푸르덴셜생명 인수를 계기로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을 모두 업계 상위권에 확실하게 올려두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특히 KB생명보험과 푸르덴셜생명이 통합하면 거대 생명보험사가 출범하는데 내부에서는 이를 이끌 만한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는 의견이 지주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양종희 KB손해보험 대표이사 사장과 허정수 KB생명보험 대표이사 사장은 모두 KB국민은행과 KB금융지주 출신으로 보험사에 몸담은 경험이 없다.
두 명 모두 취임할 때부터 보험사 경험이 없다는 점에 우려의 시선이 따라붙었다. 양 사장과 허 사장의 임기가 모두 올해 말 끝나는 만큼 외부출신 보험전문가에게 자리를 물려줄 가능성도 있다.
실제 삼성생명을 비롯해 업계 상위권 보험사들은 대부분 보험사 출신이 이끌고 있다. 경쟁사인 신한금융지주만 봐도 성대규 신한생명 대표이사 사장과 정문국 오렌지라이프 대표이사 사장 모두 보험업계에서 수십 년 이상 몸담아왔다.
윤 회장은 그 어느 때보다 보험부문 강화에 의지를 보이고 있다.
윤 회장은 푸르덴셜생명 인수 계약을 맺은 날 임직원에게 보낸 CEO레터를 통해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을 아우르는 보험업계의 진정한 마켓리더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통합이 예상보다 더뎌질 가능성도 있다. 피인수 기업인 푸르덴셜생명의 규모가 더 큰 데다 두 회사가 각각 금융지주 계열 보험사와 외국계 보험사인 만큼 서로 조직문화가 이질적이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지주는 2018년 9월 오렌지라이프 주식매매계약을 맺었으나 신한생명과 통합은 내년 7월에야 이뤄진다. 인수에서 통합까지 3년 가까이 걸린 셈이다. 다만 KB금융지주는 신한금융지주와 달리 푸르덴셜생명 지분 100%를 인수했다는 점에서 3년까지는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앞으로 인수대금 납부나 PMI(인수 후 통합) 과정 등 갈 길이 멀다”며 “통합 논의를 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