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그룹 회장과
허영인 SPC그룹 회장,
김석수 동서식품 회장 등 상장사 대주주들이 코로나19에 따른 주가 급락을 주식 증여의 기회로 삼고 있다.
2월 중순부터 국내 증시가 힘을 못 썼던 만큼 증여세 부과기준에 맞춰 2개월이 지난 4월 중순부터 더욱 잦아질 가능성이 높다.
▲ 이재현 CJ그룹 회장(왼쪽부터), 허영인 SPC그룹 회장, 김석수 동서식품 회장. |
9일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상장사들의 주가가 대체로 고꾸라지고 있는 가운데 상장사 오너들이 자식들에게 주식을 증여하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라 증여세는 증여일을 기준으로 앞뒤 2개월, 4개월 동안의 종가 평균으로 부과되기 때문에 이번 주가 급락으로 증여세 부담이 크게 줄게 됐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지난해 말 이경후 CJENM 상무와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에게 CJ 신형우선주 184만 주를 증여하기로 했던 것을 4월1일자로 다시 증여해 세금 200억 원가량 절세했다.
이밖에
김석수 동서식품 회장은 동서 25만 주를 두 아들에게,
허영인 SPC그룹 회장도 장남 허진수 SPC 부사장에게 SPC삼립 40만 주를 각각 증여했다.
올해 초와 각 증여시점의 주가를 비교해보면 CJ 주가는 33.69% 떨어졌고 동서식품 주가는 6.27%, SPC삼립 주가는 23.09% 하락했다.
증여한 뒤 2개월 동안 주가 변화를 더 지켜봐야 증여세가 최종 결정되지만 지금이 주가가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고 판단한 것이다.
유통업체들의 창업주와 오너2세들이 고령에 접어들며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는 시기가 다가오는 상황에서 코로나19에 따른 주가 급락이 자식들에게 주식을 물려줘야 할 이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되고 있는 것이다.
아직 승계작업이 본격화되지 않았어도 긴 호흡으로 주가가 크게 떨어졌을 때 미리 주식을 자식들에게 넘겨 세금부담을 줄이면서 단계적으로 승계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
주식 증여는 탈세가 없는 합법적 승계방식으로 논란이 적은 만큼 대부분 세금부담을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지는 경향이 짙다. 주로 주가가 낮은 시점에 대주주들의 주식 증여가 잦아지는 이유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후에 약세장이 뚜렷했을 때에도 상장사 대주주의 주식 증여 및 상속 건수는 눈에 띄게 늘었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06년 89건, 2007년 211건, 2008년 233건, 2009년 231건, 2010년 140건, 2011년 147건 등이다.
주식시장 하락기에 증여 및 상속건수가 부쩍 늘어나고 상승기에 접어들면 빠르게 줄어드는 모습이다.
국내 증시가 코로나19로 2월 중순부터 주가가 꺾였던 점을 감안하면 2개월이 지난 4월 중순부터 대주주들의 주식 증여 움직임은 더욱 많아질 가능성이 높다.
관건은 어느 시점에 주가가 저점에 이르렀다고 판단하는가 하는 대목이다.
주식은 현금이나 부동산 등 다른 자산보다 가치변동이 빠른 만큼 이후에 주가가 다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면 자식들은 주가 상승에 따른 이익도 기대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국내외 경기가 불확실한 만큼 주가 추이를 살펴보며 주식 증여를 취소하거나 재증여하는 사례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