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사들이 잇따라 감산을 실시하고 있지만 에쓰오일만 감산 대열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
후세인 알 카타니 에쓰오일 CEO는 언제 감산을 결단할까?
8일 정유업계에서는 알 카타니 CEO의 에쓰오일 감산 결정이 모회사인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에 달려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석유수출국기구와 기타 산유국 모임(OPEC+)은 9일 화상회의를 열고 원유 감산 여부를 논의한다.
여기서 사우디아라비아가 감산에 합의한다면 알 카타니 CEO도 감산 결정을 내리기 쉬워진다.
반면 원유 증산기조를 유지한다면 알 카타니 CEO도 에쓰오일의 설비 풀가동체제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에쓰오일은 아시아권 정유회사들 가운데 아람코로부터 원유를 가장 많이 도입하는 회사다. 하루 원유 정제능력은 66만9천 배럴로 아람코 하루 산유량의 6% 수준이다.
비중이 크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으나 적다고 말할 수준도 아니다.
아람코가 사우디아라비아 내에 보유한 정제설비의 정제량은 하루 100만 배럴 정도다. 에쓰오일의 정제능력이 사우디아라비아 전체 정제능력의 3분의 2에 이른다.
알 카타니 CEO의 에쓰오일 감산 결단이 아람코에 달려있다는 시선은 이런 배경에 기반을 둔다.
국내 정유4사 가운데 에쓰오일을 제외한 나머지 세 회사는 모두 감산에 들어갔다.
현대오일뱅크는 8일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의존하는 대산 제2공장의 정기보수에 들어갔다. 현대오일뱅크는 통상 하반기에 정기보수를 진행하는데 올해는 일정을 앞당겨 시행하기로 했다.
SK에너지는 이미 정유설비 가동률을 85%로 낮췄으며 GS칼텍스도 정기보수를 당겨 진행하고 있다.
이는 정유회사들이 제품을 생산하면서 손해를 보는 상태가 이어지고 있어 스팟(현물 거래분) 물량의 판매를 포기하고 최소한의 계약물량만을 생산하고자 하는 것이다.
올해 들어 정제마진은 2월 둘째 주의 배럴당 평균 4달러를 제외하면 정유사들의 손익분기점인 4달러를 꾸준히 밑돌고 있다.
3월 셋째 주부터는 아예 마이너스 마진으로 돌아섰다. 현물시장에서 정유제품이 원유보다 싸게 팔린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정유업계에서는 아람코가 감산에 합의만 한다면 알 카타니 CEO가 감산 결단을 내리기까지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본다.
정유회사들은 2020년 1분기 국제유가 급락으로 수천억 원대의 재고 평가손실을 입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정유사의 대표는 이런 상황에서 수익성을 보전하기 위한 전략을 어떻게든 짜내야 한다.
에쓰오일을 제외한 세 회사의 대표는 수익성 보전 전략을 수행하고 있는데 알 카타니 CEO만이 괴로운 상황을 감내하고 있는 셈이다.
알 카타니 CEO는 정기보수가 아닌 가동률 조정으로 감산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에쓰오일은 올해 국제해사기구의 선박연료유 황함량규제(IMO2020) 특수를 기대하고 정기보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전임 오스만 알 감디 CEO체제였던 2019년 2분기에 대정비를 실시했다.
올해 에쓰오일의 보수계획에는 상압증류공정설비(CDU)와 중질유 접촉분해설비(RFCC)의 추가적 보수 정도만이 남아 있다. 이마저도 공장의 가동을 멈추고(셧다운) 진행하는 보수는 아니며 긴 시간이 걸리는 작업도 아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현재는 장기 판매계약물량을 처리하기 위해 설비를 100% 가동하고 있다”면서도 “정제마진이 너무 낮아 제품을 생산하면서 손해를 보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며 가동률 하향을 포함해 다양한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