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신라젠은 최근 여권 정치권 인사들과 연루설에다 8개월에 걸쳐 계속되고 있는 검찰수사로 최악의 상황에 놓인 것으로 파악된다.
문 대표는 이런 상황에서 주주들의 신뢰를 회복할 펙사벡과 면역관문 억제제의 병용임상에 사활을 걸고 있다.
표적치료제에 반응하지 않은 신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리제네론의 면역관문 억제제 ‘리브타요’와 펙사벡의 병용임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라젠은 최근 펙사벡과 리브타요의 병용 임상1상 연구가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와 미국암연구학회(AACR) 모두에서 초록(필요한 부분만을 뽑아서 적음)으로 채택됐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학회에서 초록에 채택되면 임상이 가치가 있다고 인정받을 것으로 공식적 발표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미국암연구학회는 4월27~28일, 미국임상종양학회는 5월 말에 온라인으로 열린다.
펙사벡과 리브타요의 이번 임상결과는 문 대표에게 매우 중요하다.
펙사벡은 지난해 표적항암제 ‘넥사바’와 병용해 간암 임상3상을 진행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하지만 당시 문 대표는 펙사벡과 표적항암제의 병용임상에 효과가 없었던 것이지 펙사벡의 효능에는 문제가 없다며 면역관문 억제제와 병용투여했을 때는 더 좋을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리브타요는 면역관문 억제제로 암을 직접 공격하는 표적항암제와 달리 면역세포인 T세포의 암세포 인지력을 키우는 방식으로 암을 치료한다. 이 때문에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공격할 뿐 아니라 T세포의 활성도를 높여 암을 파괴하는 펙사벡과 시너지가 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문 대표는 3월26일 신라젠 정기 주주총회에서 “펙사벡은 표적함암제와 비조합임을 확인했지만 면역관문 억제제로 효능이 있음을 입증하기 위해 신장암 대상 병용임상을 추진하고 있다”며 “지난 실패는 아프지만 세계적 항암제들도 특정 항암제 개발에서 실패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최근 신라젠은 여러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신라젠 일부 임원들은 지난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미리 주식을 팔아치우는 등 부정거래를 벌였다는 의혹으로 검찰수사를 받고 있다.
신라젠의 성장이 정치권과 연루돼 있다는 의혹도 여전하다.
특히 신라젠의 최대주주였던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VIK) 대표는 많은 여권인사들과 친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2015년 부산에 있는 신라젠 본사를 찾아 축사를 하기도 했는데 “거절하지 못하고 덕담하고 돌아온 게 전부”라며 연루설을 일축하고 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문 대표는 “정치권과 신라젠을 연관 짓는 일각의 주장은 터무니없다”며 “VIK로부터 받은 투자금도 과거 경영진의 관계에 의해서 운영자금 투자를 받은 것이고 현재 경영진과 VIK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신라젠 주주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신라젠은 지난해 펙사벡의 임상3상 실패로 사실상 신약 성공 기대감이 크게 떨어진 상황에 놓였다. 여기에 검찰수사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주가는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신라젠 소액주주 3천여 명으로 이뤄진 ‘신라젠 행동주의 주주모임’과 시민단체 ‘금융정의연대’는 7일 공동성명을 내고 검찰이 신라젠 사건을 빨리 수사해 결과를 즉각 발표해 주기를 촉구하기도 했다.
신라젠 관계자도 “검찰수사가 8개월이 넘어갔지만 아무런 결과도 나지 않으면서 주주들이 힘들어 하고 있다”며 “우리도 빨리 조사결과가 나와 불필요한 소문이 더 확산되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펙사벡의 병용임상에서 의미있는 결과가 나온다면 신라젠 주주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다.
아직 임상1상을 진행하는 단계지만 임상 데이터 결과에 따라 기술수출 등의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문 대표도 임상3상까지 자체적으로 추진했던 기존 전략에서 적응증에 따라 증간에 적극적으로 기술수출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신라젠 관계자는 “이번 펙사벡의 병용임상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첫 데이터가 나온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며 “학회에 발표 되면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다른 제약바이오기업에 소개를 할 수 있고 2021년 임상1상을 마친 뒤 기술수출을 추진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