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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홍완선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오른쪽 안경쓴 사람)이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왼쪽은 최치훈 삼성물산 대표. <뉴시스> |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해 통합 삼성물산이 출범했지만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공세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엘리엇매니지먼트가 국민연금에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한 근거와 의사결정을 묻는 질의서를 보내왔다.
엘리엇매니지먼트가 국제소송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홍완선 국민연금 기금운영본부장은 14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8월10일 엘리엇매니지먼트가 국민연금쪽에 공문을 보내왔는데 이 공문에 따르면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을 통해 한국 정부를 제소할 가능성도 있다”도 밝혔다.
김영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투자자-국간 간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을 묻자 홍 본부장은 이렇게 답변했다.
엘리엇매니지먼트가 보낸 공문은 “삼성물산에 편향적인 국민연금의 결정으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피해를 봤으며 이런 불공정한 결정의 배경에는 국민연금을 관리하는 한국 정부가 있다”라는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7월17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안이 임시주주총회에서 통과되자 “합병안이 승인된 것이 실망스러우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공식 입장을 밝힌 적이 있다.
한 국제통상 변호사는 “엘리엇매니지먼트는 기본적으로 타깃으로 삼는 기업에 대해 몇 년간 끈질기게 소송전을 벌인다”며 “아마 한국이 아니라 미국이나 영국에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엘리엇매니지먼트가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 및 정보 미공개를 빌미 삼아 소송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본다. 만약 이런 결정에 행정기관이 개입했다는 정황이 드러나면 곧바로 FTA(자유무역협정) 위반으로 소송을 걸 수도 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행정기관이 개입됐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어도 정황상 그런 판단이 내려지면 소송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안 찬성 이후 6천억 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산된다.
홍 본부장은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소승을 걸더라도 국민연금 판단으로는 승소할 자신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사재판과 달리 투자자-국가 간 소송의 경우 이긴 측도 비용을 부담하는 경우가 많다. '중재'가 갖는 특징 때문이다.
이 때문에 승리를 얻는다고 해도 변호사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발생할 수 있고 이 부담은 결국 국민이 떠안아야 한다.이날 국감에서 국민연금이 SK와 SKC&C 합병에 대해 반대한 반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찬성한 이유가 집중적으로 추궁됐다.
김영환 의원은 "SK 합병 건에서 국민연금은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를 열어 반대 의견을 내놨지만 삼성물산 합병 건에선 전문위원회의 의사를 묻지 않고 내부적으로 투자위원회를 열어 찬성을 결정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홍 본부장은 "내부 규정상 의결권에 대해서는 기금운용본부가 결정하게 돼 있는데, 기금운용본부는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에 요청할 수도 있다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에 회부하는 게 의무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이번 일을 계기로 모호한 부분을 확실히 바로잡겠다"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