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20-04-06 15:2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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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양곤 에이치엘비 대표이사 회장이 공격적 인수합병(M&A)을 통해 에이치엘비를 글로벌 바이오기업으로 키운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진 회장은 인수합병 전문가라는 강점을 활용해 국내 대형제약사들과 차별화된 전략으로 후발주자로서 약점을 극복할 것으로 보인다.
▲ 진양곤 에이치엘비 대표이사 회장.
6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진양곤 회장이 올해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해외 바이오기업 인수합병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진 회장은 5년 안에 항암제 5개를 출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최근 미국 바이오기업 ‘이뮤노믹’의 인수를 결정했고 항암제 ‘아필라아’의 글로벌 권리도 사들이며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을 강화하고 있다.
이뮤노믹이 보유한 교모세포종 치료제 ‘ITI-1000’은 현재 미국에서 임상2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하반기에 중간결과를 발표한다.
오병용 한양증권 연구원은 “에이치엘비는 이뮤노믹을 인수함으로써 한국 교모세포종 개발 기업들이 수년 동안 쌓아온 위치를 단숨에 따라잡은 셈”이라며 “에이치엘비는 자금력과 지분스왑을 통해 바이오사업을 무섭게 확장하고 있는데 올해도 수천억 원 규모를 투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진 회장은 본래 인수합병 전문가로 바이오사업과 무관한 길을 걸었다.
투자회사로 사업을 시작했던 진 회장이 바이오사업에 뛰어든 것은 2009년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을 개발하던 미국 신약개발회사 엘레바(옛 LSK바이오팜)를 인수하면서부터다. 이 한 번의 투자 결정으로 에이치엘비는 현재 코스닥 시가총액 2위까지 성장할 수 있었다.
에이치엘비의 기업가치는 6일 종가 기준 4조3668억 원인데 이 가운데 대부분이 자회사인 엘레바와 리보세라닙의 가치가 반영된 결과다.
진 회장의 투자원칙은 ‘사람’을 보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진 회장은 엘레바를 인수할 당시만 해도 바이오산업과 관련해서는 문외한이었지만 엘레바 연구자들의 도덕성과 열정을 보고 투자를 결심했다.
진 회장은 2019년 10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인수합병을 하면서 얻은 교훈은 결국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며 “혁신을 끌어내는 것도, 다 된 밥에 재 뿌리는 것도 사람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진 회장의 인수합병을 통한 성장전략은 국내의 다른 제약바이오기업과 차별화된다.
국내 대형제약사들은 대부분 매출의 일부를 신약 개발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성장동력을 찾을 뿐 대형 인수합병 사례는 거의 없다. 대웅제약이 2015년 한올바이오파마를 인수한 정도가 유일하다.
반면 일본 제약사들은 사활을 걸고 인수합병을 진행하고 있다. 일본 1위 제약사 다케타는 최근 10년 동안 해외기업을 지속적으로 인수했는데 2018년에는 아이랜드 제약사 샤이어를 약 70조 원에 인수하며 단숨에 글로벌 10대 제약사로 뛰어올랐다.
인수합병으로 신약개발을 위한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이를 통해 바이오사업에서 후발주자라는 약점을 극복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진 회장도 이런 일본 제약사들의 성공사례를 롤모델로 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에이치엘비가 해외기업을 인수합병하기 위한 자금은 충분히 마련돼 있다.
에이치엘비는 2019년 말 기준으로 현금성자산 408억 원, 금융자산 440억 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자회사인 에이치엘비생명과학은 현금성자산 1089억 원, 금융자산 1150억 원을 확보하고 있다. 당장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이 3천억 원이 넘는 셈이다.
또 에이치엘비는 4월20일을 기준일로 327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몇 년 사이 주가가 크게 오른 점을 활용해 대규모 자금 조달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바이오업계의 한 관계자는 “에이치엘비는 다른 경쟁 바이오기업과 비교해 인수합병에서 굉장히 적극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진 회장이 지금까지 투자를 통해 성공해온 방식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